李, 왜 ‘재판중지법’에 제동 걸었을까?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1-05 13:59:06
이재명 대통령은 왜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재판중지법’에 제동을 걸었을까?
자신의 무죄를 확신해서 언제든 재판이 재개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정말 무죄를 확신한다면 직접 본인이 사법부에 재판 재개를 요청했을 것이다.
이미 공직선거법 재판은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만큼 재판만 열리면 ‘대통령’이 아니라 ‘죄인’이 돼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핵심 5인방이 모두 법정구속 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를 범죄 결정권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 재개는 곧 이재명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은 재판이 재개되면 계엄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라고 발언한 것은 그런 이유다. 그것 말고는 재판을 중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판중지법’을 중단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여론이 나쁘다.
아무리 대한민국 권력의 99%를 거머쥔 이재명 정권이라도 대통령 한 사람의 죄를 없애기 위해 재판을 중단시키는 걸 법으로 만든다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차피 지금은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사법부가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진행되던 5개 재판 모두를 중지시켜 버렸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스스로 누워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굳이 ‘재판중지법’을 추진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재판 재개를 선언하면 그때 가서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면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재개된다면 그때 입법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자금 서둘러 처리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둘째, 재판중지만으로는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려던 ‘재판중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되더라도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에는 재판을 피할 수 없다. 퇴임과 동시에 곧바로 감옥에 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검사들의 목을 비틀어서라도 ‘공소 취소’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총동창회 주최 행사에서 “이 대통령 재판은 공소 취소가 되는 것이 맞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검찰의 공소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그들이 만든 악의적인 공소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고, 전현희 수석 최고위원도 "검찰은 즉각 공소를 취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용우 원내부대표도 "공소 제기 자체가 근거가 없다고 하면 공소 취소하는 것은 또 법 절차에 따른 조치"라고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하느니 마느니 멱살잡이하는 척하더니 공소 취소로 방향을 튼 것"이라며 "죄를 없애는 데 가장 쉽고, 가장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은 것은 그런 이유다.
경고한다. 만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에 공소 취소 지시를 하거나 해당 사건을 맡은 검사에 대해 공소 취소하도록 압력을 가할 경우, 국민적 저항은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힘으로 잠시 재판을 지연시킬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죄를 지었으면 결국은 재판을 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설사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미 지은 범죄에 대해선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