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4심제 탐욕’ 내려놓아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2-19 14:00:13
대한민국 헌법은 사법권을 원칙적으로 법원에 귀속시키면서도, 별도로 헌법재판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다.
즉 민사·형사·행정사건 등에 대한 심판권(일반재판권)과 위헌·탄핵·권한쟁의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심판권(헌법재판권)을 분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제1항)하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명시(제2항)하고 있다.
1988년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한 이후 40년 가까지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헌재도 지난 2001년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은 대법원을 넘어서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를 연장하는 것이 돼 헌법에 반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느닷없이 ‘재판소원’ 제도를 들고 나왔다.
재판소원법은 지난 11일 갑자기 법사위 법안소위 의안으로 상정돼 1시간 논의 후에 의결됐고 같은 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재판소원이란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리하는 제도로 사실상 4심제도다.
대법원과 학계에서 위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건 그래서다.
대체 민주당은 왜 위헌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이려는 것일까?
이건 누가 보더라도 ‘이재명 일병 구하기’다.
가령 현행 3심제에서 선출직 당선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대법원 선고와 동시에 당선자 직위는 즉시 상실되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보궐선거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재판소원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대법원 판결도 백지화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재판소원법은 22대 국회 들어 한 번도 발의되지 않았다가 작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즉각적 반향으로 발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은 “우리 헌법 체제와 규정에 맞지 않아 허용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통해 특정 재판의 결론에 직접 관여한다면 재판이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가관이다.
헌재 심판에는 헌법재판관 임명권자를 비롯한 정치적 다수 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선출하거나 지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몫은 국회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 국회 몫은 사실상 국회 다수당이 선출하는 셈이다. 헌법재판과 9명 가운데 6명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선출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간통죄, 낙태죄, 과거사 소멸 시효 등 재판관이 바뀌면서 동일 쟁점의 결론이 정반대로 바뀌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헌재가 정치로부터 고도의 독립성·중립성 보장이 필요한 법원의 재판에 정점에 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재는 어디까지나 위헌·탄핵·권한쟁의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만 헌법에 근거한 정치적인 재판을 할 수 있다.
대법원처럼 민사·형사·행정사건 등에 대한 재판까지 욕심내는 건 이 기회에 조직의 규모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그릇된 탐욕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 헌재를 해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자숙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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