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잡탕 신당’ 한계가 보인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1-09 14:03:17

  주필 고하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그 신당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준석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 정체성을 두고 본인도 헷갈릴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면 ‘잡탕 신당’을 꿈꾸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의 정체성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펙트럼보다 훨씬 넓게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당의 스펙트럼에 대해 "정의당까지 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들과도 신당 창당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만들려는 정당은 민주당 비명계와 정의당까지 포함하는 ‘진보’ 성향의 정당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9일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계열 신당으로서 대구도 아니고 보수계열 신당으로서 광주를 돌파할 수도 있다"라며 거듭 신당의 성격이 ‘보수’ 정당임을 강조했다.


결국, 국민의힘 이탈자와 민주당 및 정의당 이탈자까지 모두 끌어모아 ‘잡탕 신당’을 만들겠다는 건데 그런 방향이 오히려 신당 창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당장 이준석과 통화했다는 조응천 의원부터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전 대표와 비명계의) 간극이 너무 넓다"라며 거리를 두었다.


이원욱 의원도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김종민 의원 역시 “이 대표가 안 바뀌면 정치를 그만두든지 아니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준석 신당 합류에 대해선 “길이 다르다. 합류하지 않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민주당에 있는 다른 소신파 의원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준석, 이언주 등과 만나 '이준석 신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이상민 비명계 의원마저도 이준석 신당 합류설에 “와전된 것”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이준석과 함께하겠다는 비명계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 인사 등 보수 인사들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국회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마저 이준석 신당에는 손사래를 치는 실정이다.


이준석은 모든 사람을 끌어안겠다는 뜻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잡탕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어느 한쪽도 확실하게 붙잡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날았다.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느라 산토끼(진보)도 못 잡고 잡은 집토끼(보수)마저 놓치는 꼴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잡탕 신당’의 한계다.


결국, 그의 선택지는 신평 변호사가 예상했듯 ‘TK(대구와 경북)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런 정당에 비명계가 합류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그 신당이 TK에서 지지를 받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신 변호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전 대표가 궁극적으로 힘을 빌려야 할 곳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리고 홍 시장과 같은 맥락을 엮어내며 정치활동을 해온 주호영 의원"이라며 "그들이 반(反) 윤석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순간 그대로 '정치적 생명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변호사가 대놓고 홍준표와 주호영 이름을 거론한 것은 그럴 움직임이 엿보인 까닭이다.


이어 신 변호사는 “홍 시장이나 주 의원을 제외하고 이 전 대표가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TK 지역의 정치인은 없다"라며 ”결론적으로 이 전 대표를 위시한 소수의 정치인에 의한 TK 지역의 반란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단언했다.


필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준석 전 대표의 몸값은 이런저런 설이 난무하는 지금이 상종가다. 곧 모든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거품이 빠져 몸값은 바닥으로 떨어질 게 분명하다. 멍청한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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