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요구에 굴복, 안철수 ‘여론조사 경선’ 단일화 제안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2-14 14:11:14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보수 시민사회 단체의 야권후보 단일화 압력에 굴복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후보등록을 마친 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단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여론조사 경선 방식은 국민적 요구에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안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 첫날인 전날 후보 등록 절차를 마친 뒤 유튜브로 생중계된 특별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는 누가 되는 것 이전에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야권후보 단일화는 미래로 가기 위한 연대이고 연합이어야 한다”며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비전을 모두 담아내야만 하고 그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로 귀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압도적인 승리는 국민적 명분과 합리적 단일화 과정을 통해 이 길이 미래로 가는 길이란 것을 국민 앞에 보여드릴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야권후보가 박빙으로 겨우 이긴다고 해도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압도적 승리를 위해 단일화 방식이 두 당사자와 지지자는 물론이며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국민도 동의할 합리적 방식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안 후보는 “먼저 차기 정부의 국정비전과 혁신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자”면서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방식 등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선 당시 합의한 문항과 방식을 따르자고 제안했다.
안 후보는 “저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결단함으로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든 사람”이라며 “그 결과 제가 아닌 국민의힘 후보가 시민의 선택을 받았고 야당이 정말 오랜만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때 합의한 문항과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당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 2곳에서 각각 1600명을 대상으로 ‘적합도’(800명)와 ‘경쟁력’(800명)을 절반씩 물어 조사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단일화 승패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의 기자회견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안 후보가 밝힌 야권 통합 원칙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라면서도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제안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이 안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근거는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여권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안 후보에게 표를 던져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역선택‘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윤 후보는 열린 마음으로 안 후보와 야권통합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말하는 안 후보의 ‘용기 있는 결단’이란 사실상 안 후보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에 서너 배 앞선 상황에서 경선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윤 후보 측 입장이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안 후보 측이 비공식으로 여론조사 경선에 의한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윤 후보 측 공식라인이 내부 논의를 거쳐 수용 불가 입장을 이미 재확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두 후보가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만큼 이제는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을 2차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물밑 의견 교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처럼 단일화 방식에서부터 두 후보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단일화 논의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벼랑 끝 전술을 이어가면 사전 투표일인 3월 4∼5일에 가서야 막판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