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갈라치기’ vs 李 ‘통합정부’…왜 안 맞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2-02-17 14:12:29
대선을 불과 2주 남짓 앞두고 집권세력의 전략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갈라치기’를 해대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연일 ‘통합정부’를 부르짖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 후보가 이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통령 선거에서 통상 패색이 짙은 진영이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면 40% 안팎의 고정 지지자들의 표를 확보할 수 있어 50%대의 득표율이 예상되는 승자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에 있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집권당 후보들이 전멸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에 발끈해 “정치 보복”이라며 의도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건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한마디로 지지층에게 “결집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로 인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보았다.
문제는 그 효과가 결국 국민을 ‘갈라치는’ 것이어서 이 후보의 확장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때의 득표율 40%가량이 지금도 그대로 국정 지지도로 남을 수 있는 건 국민을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치기’ 한 덕(?)이다. 그로 인해 부동산정책과 ‘내로남불’ 등 국정 실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도 지지자들이 그 옆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나머지 국민이 모두 ‘정권교체’를 갈망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정권 교체여론이 압도적인 건 문 대통령의 ‘갈라치기’에 따른 역효과인 셈이다.
반면 집권당 이재명 후보는 연일 ‘통합정부론’을 띄우며 세력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쪽이 그 승세를 굳히기 위해 전략적으로 ‘세력확장’에 나선다.
실제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인 박광온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유 전 의원과) 함께 할 수 있다”라고 했고, 같은 당의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사견을 전제로 “유 전 의원 등 이런 분은 굉장히 능력이 있는 분 아닌가”라며 “위기극복에 동의하고 본인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고 하면 (내각에) 임명할 수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단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으로 민주당과 선을 그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의 러브콜에 “이상한 소리”라며 일축했다.
연일 ‘갈라치기’ 하던 세력이 갑자기 ‘통합정부’를 운운하니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왜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이처럼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까?
이 후보는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통합정부’를 외치고 있다. 30%대의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진영이 아닌 상대진영의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 올 수만 있다면 그게 승리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이번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윤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을 “정치 보복”이라며 지지자들의 결집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결과는 빤하다.
비록 지지층 결집으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같은 격차가 벌어지진 않겠으나, 세력확장이 이뤄지지 않아 집권당 후보의 패배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열 후보 측도 집권당의 이런 사태를 거울삼아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취임 이후 거대 정당의 방해를 뚫고 원활한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을 하나로 묶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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