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한동훈은 비판자냐 배신자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3-20 14:13:35

  주필 고하승



유승민과 한동훈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모양새다.


유승민은 이에 대해 “정치하면서 무엇이 옳으냐만 생각했고 양심에 비춰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던 대가, 옳은 길이라는 신념이 생기면 그 길로 갔던 대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선 “인간적으로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라며 “언젠가 그럴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자신이 ‘옳은 길로 갔던 대가’가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도 박근혜와 화해하는 게 자신이 바라는 것이라니 정말 제정신인가 싶다.


아마도 유승민은 자신은 어디까지나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싶은 모양이다.


물론 어느 정당이든 건전한 내부 비판은 필요하다. 다만 그 비판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부모가 매를 들 때, 아무리 자식이 잘못했더라도 죽기를 바라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일은 없다. 단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초리를 드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 유승민의 선택은 옳은 길이었는가.


아니다. 그 결과는 ‘보수의 사망’이었다.


유승민의 잘못된 선택으로 종북 성향이 짙은 무능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집값이 폭등하는 등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말았다. 국가 채무도 산더미처럼 늘어나 우리 미래세대는 태어나자마자 빚더미에 앉는 빚쟁이가 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 이후 보수 정당은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해야만 했다. 국회는 계속해서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고, 그들이 입법독주를 자행하도록 길을 터준 것도 유승민이었다.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 그의 길은 ‘옳은 길’이 아니라 ‘사망의 길’이기에 그는 누가 뭐래도 ‘비판자’가 아니라 ‘배신자’다. 그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배신자라는 늪에서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한동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유승민보다 더 나쁘다.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기 대선이 실시 될 경우, 이재명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입법부를 장악하고 무려 29차례나 탄핵을 남발하고 감액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등 조폭과 같은 횡포를 부리던 그가 행정부 수장까지 맡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제1야당 대표라는 힘을 가지고 행정부 수장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몸조심하라”며 대놓고 겁박하는 사람이다. 하물며 일반 국민이 감히 그를 비판했다가는 어찌 되겠는가.


무자비한 고소-고발로 지옥과도 같은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꽃길을 깔아준 한동훈은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라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한동훈 북콘서트가 벌어지는 날 현장에서 경북대 일부 재학생들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들어가게 한 한동훈은 유례없는 배신자이자 파렴치의 아이콘"이라며 한동훈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렇다고 유승민과 한동훈에게 당장 짐을 싸고 당을 나가라는 건 아니다.


비록 잘못했더라도 겸허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원들은 어버이 같은 심정으로 기꺼이 ‘돌아온 탕자’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반성은커녕 되레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옳은 길’을 선택했다”고 떠벌리면 당원의 분노만 더욱 커질 뿐이다.


경고한다. 당원들이 아직 그대들의 배신을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허망한 꿈에 부풀어 적극적인 대선 행보를 보이는 그대들을 바라보는 당원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았는가. 그 심정을 이해한다면 대선 행보를 즉각 중단하고 먼저 국민과 당원 앞에 석고대죄하라. 당원들이 용서한다고 할 때까지 납작 엎드려라. 그러다 보면 당원들이 언젠가는 그대들의 배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설사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건 업보로 받아들여야 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