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어대명'에서 ‘확대명’ 되나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22-08-03 14:26:50

박용진-강훈식 '투표 전 단일화' 무산...TV 토론회에선 협공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이재명 의원에 맞서는 박용진-강훈식 단일화가 2일 지역투표 개시 하루 전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이미 일정 수의 사표 발생이 불가피하게 됐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두 후보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두 후보는 강원·대구·경북 지역 당원 투표가 시작되는 3일 오전까지 단일화를 주제로 한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앞서 박 후보 측이 강 후보 측에 제시한 단일화 '데드라인'을 넘긴 셈이다. 투표 직전 시점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은, 투표 실시 뒤 단일화가 이뤄져도 중도사퇴자 투표분이 사표가 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대선 경선 때도 중도사퇴 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표가 사표 처리되면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확보해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두 후보가 논의 테이블에 앉지도 않은 만큼,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단일화가 무산됐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단 강 후보 측이 단일화 제안을 거절하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강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후보 측이) 아예 단일화 캠페인을 하는 것 같다"라며 "'반명' 단일화 메시지밖에 없는데, 여기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위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던 강 후보는, 선명한 ‘반명 구도’를 형성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실제로 강훈식 후보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박용진 후보가)자꾸 저에게 반명(反이재명)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비전 경쟁에 집중하자고 했는데, 박용진의 민주당 비전을 잘 모르겠다. 못 봤다"라며 단일화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강 후보는 박 후보가 최근 '강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와 무관하게 1대1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1대1을 만들겠다는 말은 결국 친명, 반명을 하자는 것과 같다"라며 "1대1을 말하지 말든지 해야 하는데 반명연대론으론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누차 말했다. 새로운 경쟁, 새로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연대가 과제로 그런 것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후보와) 만난 게 3~4일 전인데 비전 경쟁은 없고 오로지 '단일화하자', '3일이 안 되면 12일에 하자'고 한다"며 "비전을 공감하고 공유할 시기에 전날까진 '단일화하자'고 하더니, TV토론에선 '1대1을 만들겠다'고 한다. 결국 친명, 반명 대결하자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후보 측은 최대한 이 후보와의 1:1 구도를 만들어 중도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단일화 없이는 결국 강훈식 후보와 표를 나눠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강 후보가 인지도 면에서는 박 후보에 밀리지만, 경선 과정에서 중앙위원회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변수다. 단일화 없이 두 후보 모두 이 후보를 상대하기 벅차단 의미인 동시에, 단일화가 될 경우 단일후보가 누가 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박 후보 측은 단일화 논의의 문은 열어두겠다면서 느긋한 표정이다. 강원·대구·경북 지역 당원 표가 전체 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 해당 지역표를 놓쳤다고 승패를 가늠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박 후보 측 입장이다. 단일화 전략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시기에 큰 구애를 받지 않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면서도 "이 후보와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단일화 무산 쪽에 무게 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화는 아마 안될 것이다. 단일화가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같은 당 동지가 당 대표를 하러 나왔는데 중간에 그만두려면 왜 나왔나, 열심히 경쟁해야지"라며 "두 후보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강 후보가 '단일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투표 전 단일화에 실패한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는 전날 첫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향해 협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이 최근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혁신하지 않은 채 실패와 패배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남 탓 노선’으로 가면 다시는 승리할 수 없다”며 “저학력·저소득층을 폄하하고 그분들의 잘못을 규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하자’는 이 의원 발언에 대해 “좌표 찍기, 집단 따돌림, 폭력적 행위는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문제”라며 “그런 것들이 소수 의견을 가로막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 의견을 모으면서 동시에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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