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등 야권 ‘노란봉투법’ 올해 처리 각오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9-27 14:30:32

전문가들 “법의 평등원칙 위배하는 등 위헌 소지 우려”
독일-영국 등 해외에서도 유례 없어...프랑스는 위헌 판정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야권 의원들은 일명 '노란봉투법'을 올해 정기국회 내에 처리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27일 밝혔다.


민주·정의·기본소득당 및 무소속 의원 6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 자체를 말 그대로 말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노동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청구나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손해배상소송 청구와 가압류가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19대·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폐기됐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더는 미룰 수 없다"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데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가 오남용되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약자의 불법에는 비정할 정도로 엄격하고, 강자의 불법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편파적인 법의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파업에 손발을 묶고 입을 막는 것으로도 모자라 악의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일가족 전체를 멸절시키려는 시도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으로 매도했고, 대통령실이 법 통과에 대비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며 "잔인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3권은 사측의 부당행위에 맞닥뜨렸을 때 나를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며 "노란봉투법은 이런 노동3권을 당연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살리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 법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의 평등 원칙을 위배하는 등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불법행위를 동반한 파업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며 "불법 파업에 따른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하고, 그 책임은 노조가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차진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법률관계라기보다는 기본원칙에 벗어나 예외로 특별하게 보호되는 권리"라며 "이것이 인정되기 위해 선행되는 조건은 '정당한 파업'이고, 정당한 파업이어야 국가가 특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은 노동자의 편도, 사용자의 편도 아니어야 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평등을 통한 정의 실현이 가능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리한 법을 만든 후에 불법을 했어도 불법을 따지지 말라고 하고,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절대적으로 선이고, 사용자가 악이라고 얘기하는 법인데 그건 정당한 목적으로 보기 어렵고 당연히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조원이 기물을 파괴하고 사람을 폭행해 이런 불법행위로 사용자가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되면 당연히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이런 법체계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제정 후 불법 파업하면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강요하면 사용자가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법이다.


독일에서는 노조가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한 경우 노조와 근로자에게 기업이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영국 역시 노동운동 시 불법행위가 있으면 노조는 민사적 책임을, 노조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프랑스에선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지만, 곧바로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아 시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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