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한동훈, 이재명과 닮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2-19 14:43:44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권 재등판을 예고했으나 당내 반응은 아주 냉담하다.
한 전 대표가 정계 복귀와 동시에 출간하기로 한 책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19일 온라인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해당 저서 소개 글엔 "이 책에는 계엄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한동훈의 국민을 위한 '선택'과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라고 적혀있다.
아마도 한동훈은 책 출간에 맞춰 북 콘서트 또는 강연 등 행사를 통해 정치 복귀를 공식화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그런데 그의 정계 복귀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대체로 싸늘하다.
김기현 의원은 "진격해야 할 때와 후퇴할 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장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분께 해악을 끼칠 것이라며 "장수는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지금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에 대해 당이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기 대선에 정신이 팔린 것은 정치인으로서 좀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당 대표라는 최고의 지도자 위치에 계실 때 벌어진 참사에 대한 분명한 책임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특히 윤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지금 나서면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가는 우리 당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도 했다.
한때 한동훈은 비록 여당 지지자들에게 국한되긴 해도 팬덤을 몰고 다니는 인기 절정의 떠오르는 ‘별’이었다. 지난 4.10 총선 당시에는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당신 사위가 한동훈 같았으면 좋겠나, 이재명 같았으면 좋겠나’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게임은 끝”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이끈 총선은 참패하고 말았고, 그는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만 했다. 그러나 자숙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모두가 예상했듯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고, 7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게 당은 물론 자신에게 독(毒)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12.3 계엄사태가 발생하자 여당 대표인 한동훈은 ‘제2의 유승민의 길’을 선택했다. 즉 이재명 대표와 손잡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는 말이다. 그로 인해 한동훈은 여당 내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한동훈은 당 대표 자리에서 쫓겨나듯 밀려나야만 했다. 그런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고작 몇 개월 만에 다시 복귀하겠다니 대체 성찰과 자숙은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후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당 대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하며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꿈 깨시라.
지금의 한동훈은 마치 이재명을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재명도 한동훈처럼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했는데도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가 하면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그런 면에서 권력을 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흡사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번에는 지난 전당대회 때처럼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자숙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는가.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누가 여당 후보로 선출되든 그의 당선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보일 때 당신을 향한 당원들의 분노가 조금은 수그러들 것 아니겠는가.
경고한다. 당신도 이재명처럼 권력을 탐하면 불길에 뛰어든 불나방 같은 신세가 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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