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이재명도 지긋지긋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4-11-07 14:59:55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과 기자회견을 보고 난 후에 좋은 칼럼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기다렸으나 실망이다.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접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여전히 필자의 관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재판 결과와 재판 생중계 여부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이재명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소통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가 대통령을 꿈꾸는 마당에 ‘내가, 또 내 처가 뭐 어때서?’라는 인식이 윤 대통령에게 뿌리 박혀 있는 듯하다. 이재명의 독선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래도 윤석열이 이재명보다는 낫지 않느냐”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이니 더 말해 뭣하겠는가.
그러나 세상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서로 ‘누가 덜 나쁜 놈이냐’를 두고 싸우는 사이에 멍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이 선출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아니고는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탄핵은 불가능하다. 반면 범죄피의자 이재명 대표는 지은 죄에 대해 사법적 심판을 받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큰 쪽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치가 좀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일단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위증교사 협의에 대해선 유죄판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증인인 김진성 씨에게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오는 25일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검찰은 올해 9월 30일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위증 범죄 관련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교사 재판에서 금고형 이상이 나오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 사람이 변호사가 맞나?
위증교사죄는 위증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이 법정에서 위증했느냐, 안 했느냐로 결정된다. 그 위증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가 죄의 성립요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죄송한 말씀이지만, 무식한 소리"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또 이재명 대표는 ‘실패한 위증교사’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판결문을 보면 명백한 거짓이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완벽하게 성공한 위증교사이고 그 증언한 내용이 판결문에 깨알같이 담겨있다”라며 “성공한 위증교사의 모범사례 삼아도 될 것”이라고 꼬집을 정도다.
백 보를 양보해 이 대표의 주장이 정말 옳다면,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1심 재판을 생중계하자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물론 야당인 새미래민주당과 개혁신당도 재판 전 과정을 생중계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재명 대표만 동의하면 되는 일이다. 굳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이 문제에 침묵하는 건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억울하다고 호소하면서 검찰의 탄압이라고 악을 쓰지만, 정작 법정에선 감춰야 할 무엇인가가 있기에 선뜻 생중계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1심 판결을 앞두고 장외집회를 하는 것 역시 해당 재판부의 판사를 겁박해서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는 건 저열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지만 이재명 대표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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