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서류도 이제 온라인으로”… ‘리본캠퍼스’가 여는 디지털 양형시대

김민혜 기자

issue@siminilbo.co.kr | 2025-10-10 15:23:49

 
법률 서류를 직접 작성하고 제출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던 시대가 바뀌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 재범방지교육과 양형자료 발급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 ‘리본캠퍼스(Re:born Campus)’가 등장하며, 형사사건 관련 서류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리본캠퍼스는 반성문, 처벌불원서, 탄원서, 합의서 등 법원 제출 서류를 온라인에서 직접 생성하고 발급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사건 유형을 선택하고 관련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법정 양식에 맞는 문서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범죄 유형별 재범방지교육을 수강한 후 테스트를 통과하면 즉시 수료증이나 이수증이 발급된다. 이 문서는 경찰·검찰·법원 등 사법기관에 양형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에는 이러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률사무소를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리본캠퍼스는 해당 과정을 온라인화함으로써 시간·비용의 장벽을 낮췄다. 관계자는 “법률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도 PC나 모바일로 모든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 준비까지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본캠퍼스는 단순히 문서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리상담센터와 협력해 ‘심리치료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기부센터와 연계해 ‘기부증명서’ 발급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로써 법원에 제출 가능한 양형자료의 폭을 넓히고, 이용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증빙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범죄 사실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을 위해 ‘법원 우편 대리수령 서비스’를 함께 운영한다. 이 서비스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신해야 하는 등기우편을 지정 주소로 대신 수령해 스캔본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위임 절차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정보 접근성 강화도 리본캠퍼스의 핵심 중 하나다. 전국의 변호사, 법무법인, 심리상담사 정보를 통합 제공하며, 사용자는 사건유형·전문분야·지역 기준으로 전문가를 검색할 수 있다.

또한 일정 건수까지 무료로 판례 열람이 가능하며, 향후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형량 예측 기능도 도입된다. 이 기능은 사건 데이터를 분석해 유사 판례의 평균 형량을 제시하고, 감형 가능성을 가늠하도록 돕는다.

한편, 리본캠퍼스는 네이버 카페 기반의 커뮤니티 ‘나의형량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재판이 처음인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합의서 작성 시 유의할 점은?”, “판례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등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질문과 조언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익명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용자 간의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법률 커뮤니티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본캠퍼스의 출범을 “법률 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양형자료를 직접 준비하기 어려워 대부분이 변호사를 통한 간접 작성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법률적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본캠퍼스는 단순히 법률 서류를 디지털화한 서비스가 아니라, 사건 이후의 재사회화 과정을 돕는 사회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본캠퍼스는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미래세대재단, 주식회사 룬샷컴퍼니, 한국생산성본부 등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운영사 자비스컴퍼니를 이끄는 홍정우 대표는 IT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컴퍼니(Weverse)와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률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리본캠퍼스는 단순히 감형을 돕는 서비스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며 “정보 접근성과 신뢰성을 중심으로,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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