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절차적 하자' 영상녹화 진술, 증거능력 없다"
"형사소송법·규칙 위반 조서 인정 못해"
'예외적인 경우 증거 인정' 1·2심 판단 뒤집어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7-07 15:35:13
피해자 진술 영상 녹화 과정에서 일부가 녹화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는 영상녹화물을 근거로 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7일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 두 형제는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수익 수억원을 갈취한 혐의(공갈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기관은 돈을 뜯긴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재판에서 A씨 등은 이들 피해자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는데, 몇몇 피해자는 자신들의 수사 과정 진술을 뒤집었다. 그러자 검찰은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제출했다.
반면, A씨 등은 당사자 동의서도 첨부되지 않았고, 조서 열람 도중 녹화가 중단돼 서명 과정이 담기지 않아 형사소송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조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 검사는 동의서가 첨부된 영상녹화물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재판부는 "영상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았고, 약 35분의 열람 과정이 녹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조사 내용을 부정한다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역시 영상 녹화물로 뒷받침된 피해자들의 진술조서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 혐의 일부를 무죄로 뒤집고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항소심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영상녹화물이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을 위반했다면, 이에 근거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조사과정을 녹화하겠다는 경찰 설명에 이의제기하지 않았다거나, 녹화되지 않은 부분이 조사 시간에 비춰 짧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을 달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A씨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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