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검수완박'에 막혀 검경 합동수사 불가능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11-02 15:38:06
警, '셀프수사’ 우려도...한동훈 "112녹취록, 엄정 수사 필요"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부실 대응' 책임론에 직면한 경찰이 수사 주체로 나서면서 ‘셀프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내부 문제를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와 관련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분이 빠졌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 출석한 한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무부 및 검찰의 대응’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순 있지만, 참사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 탓에) 검찰이 수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검찰청의 대책본부 구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법리 검토 등 이런 부분에서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장관은 전날 공개된 112 녹취록에 대해 “언론을 통해 봤는데 대단히 엄정하고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업무상 과실 문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책임 소재를 가려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지난달 10일 검찰청법 개정 이후 경찰의 첫 대형참사 수사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대형참사를 수사할 경우, 검찰개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만큼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1차 수사는 온전히 경찰 몫이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통제나 지휘 등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경찰의 독자적 판단으로 대형참사 수사가 진행되는 셈"이라며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경의 수사 역량을 모아 특별수사팀이나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개정된 검찰청법에 막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검경이 힘을 합쳐 진상규명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건이 송치된 이후 미흡한 부분을 채우는 게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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