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출마 공식선언 이재명, 축배? 독배?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7-17 15:40:18

계파 갈등, 사법리스크, 치기 총선 등 ‘산넘어 산’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당 대표를 공식선언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대 시험대에 섰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당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3·9 대선 패배 이후 약 4개월만이고, 6·1 보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은 자신이 구상한 '차기 대선 로드맵'을 밟기 위해서는 지금 당권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 대표 고지 달성은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이 대선으로 가는 축배가 될지 아니면 독배가 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선 대선 패배 후 2달 만에 연고가 없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을 때부터 여의도 입성에 이은 당권 도전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 의원의 당 대표 경선출마는 궁극적으로 다음 대선을 향한 행보라는 것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당 전반에 걸쳐 상당히 강력한 장악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당내 '비주류'로서 조직력에서 한계를 경험했던 이 의원으로서는 이번 전대가 당내 조직을 다지며 세력을 키워나갈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2015년 전대에서 당권을 쥐고 세를 불리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 2017년 대선 승리를 거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 걷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사정 정국'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이 의원이 출마를 결심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을 향한 수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기보다는 오히려 대선 2라운드 격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재연하며 대여투쟁의 선봉에 서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라며 “그러나 이 의원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이번 전대의 경우 승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과제가 있다.


특히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뒤 자신들이 전대에 불출마하는 등 친이재명계와 친문계 사이의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이후 당권을 얻고도 확고한 리더십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도 '처럼회'로 대표되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강경한 목소리와 이 고문의 핵심 지지층인 '개딸'들을 어떻게 당에 녹여내 팬덤 정치의 역작용을 해소하며 통합을 이뤄낼지도 숙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을 향한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도 관건이다.


현재 이 고문은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검경의 칼끝이 결국 이 고문을 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정국을 흔들었던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도 아직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법 리스크'가 자칫 현 정권에 맞서는 민주당 대여 전선의 동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내 원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2년 뒤 총선 승리를 거둘 수 있느냐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고문의 입지를 가를 최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견인한다면 대권 가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전국단위 선거 3연속 패배의 멍에를 쓰게 되면서 이후 여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당내 비이재명파 일각에서 이 고문의 행보가 '문재인의 길'이 아닌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야당 총재가 됐다가 낙선한 '이회창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출마 반대의 명분으로 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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