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회 "중구청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210억원 못 쓰게 되는 상황"
구의회 "집행부, 행정적 절차 제대로 인지 못해"
중구청 "중구의회는 삭감된 민생 예산 조속히 살려야"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4-01-17 15:46:09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80억원이 삭감된 올해 서울 중구 예산과 관련해 중구청과 중구의회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중구의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집행부에서 행정적 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미숙함으로, 재의요구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지 이유를 붙여 ‘재의요구’를 함으로써, 중구청에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총 210억 원을 송두리째 못 쓰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중구청은 "중구의회는 중구의 재의요구 철회에 대해 ‘행정적 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다시 억지 주장을 시작하고 있다"며 “부당하게 삭감된 예산을 살리겠다는 것인지 죽이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반박했다.
앞서 중구의회는 지난해 12월12일 중구청으로부터 제출된 5764억 규모로 제출된 2024년도 사업예산안을 5684억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일반회계 65억 8416억원, 특별회계 14억 2400만원으로 최종 삭감액은 전체 예산 1.39%에 해당하는 80억원이다.
지방자치법 제120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재의요구를 하면 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했을 때 예산이 그대로 확정된다.
중구의회는 "9명의 중구의원 중 6명 이상의 의원이 다시 전과 같이 찬성하여 가결되면 지난 12월12일에 최종 의결된 5684억원(80억 원 삭감)은 다시 확정되어 대다수의 예산은 집행할 수 있지만,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여 부결이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며 "해당 안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되고, 중구청에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210억원은 애초부터 없는 예산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구의회 의원은 9명 중 4명이 국민의힘, 4명이 더불어민주당, 1명은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재의요구안에 대한 의결정족수는 2/3인 6명이다. 만약 부결된다면 중구청에서는 사라진 210억 원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의회에 다시 의결 요청해야 하는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밟아야한다는 게 구의회의 설명이다.
구의회는 "중구청에서는 재의요구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고 부결되면 해당 사업의 예산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함을 뒤늦게 깨닫고 긴급하게 지난 1월12일, 재의요구안을 철회 요청하고,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구의회 회의규칙 15조에 따르면, 의사일정안 상정에 관하여는 의장이 결정하는 권한으로 중구청에서 재의요구안 철회 요청을 반드시 상정하여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구의회의 설명이다.
길기영 의장은 "이제는 주민을 호도하여 진실을 숨기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그만하고 서로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진심으로 ‘중구민을 위한’ 행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중구청은 "지난 연말 2024년도 본예산 심의에서 부당하게 삭감된 사업예산을 반영하여 73억 원 규모로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중구의회에 제출했다"며 "원활한 구정 운영을 위해서는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산이 조속히 복원되지 않으면 주차, 청소, 체육·복지시설, 도로 등의 업무가 원활히 추진되지 못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의 요구는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정당한 행정절차로, 의회에서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부담하여야 하는 경비를 줄이는 잘못된 의결을 했을 때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삭감된 예산을 되돌릴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어 실질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구청은 "추경예산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12월26일 구민회관에서 300명의 주민들이 모여 부당한 예산 삭감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연초엔 주민대표단이 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삭감된 민생 예산을 조속히 원상회복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고 전했다.
김길성 구청장은 “지방의회는 민의를 수렴하고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구의회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임시회에서 재의요구안이 아니라 추경안을 상정하여 올해 우리 구에 꼭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또 중구민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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