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정권교체의 해로 삼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2-30 15:49:24

  주필 고하승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아온다.


육십간지 중 39번째로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마침 오는 3월 9일은 국운(國運)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일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다.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서울신문 의뢰로 2021년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대답한 비율은 52.3%로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37.6%)보다 무려 12.7%p 높았다.

 

'모름 또는 응답 거절'은 10.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이 이처럼 정권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그 가운데서도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문재인 정권이 만든 공수처가 광범위하게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실제 공수처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과 그의 가족들, 야당 국회의원에 이어 민간인과 심지어 윤석열 후보와 그의 부인 김건희 씨의 통신자료를 여러 차례 조회했다.


민주정권의 탈을 쓰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엽기적인 사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안기부의 망령이 21세기 자유민주 국가에서 부활하는 섬뜩한 느낌이다.


그런데도 군사정권 당시 민간인 사찰을 자행한 정권에 맞서 투쟁하던 민주당 내 이른바 586세대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입도 벙긋 않는다. 청와대 역시 대응을 삼가고 철저한 '거리 두기'로 일관하면서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사찰당했을 때는 펄쩍 뛰며 비판했던 이재명 후보도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교체 여론은 집권세력의 이런 내로남불 태도에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를 만들 때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사람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으로 몰아붙여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검찰을 정치 검찰로 만든 정권이 어느 정권인가.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적어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도 노골적으로 편향적이었다.


실제 조국 사건은 물론 원전 경제성 축소 사건, 울산 선거공작 사건 등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한 검사들은 모두 한직으로 몰아냈다. 반면 아예 대놓고 정권에 충성하는 이른바 개검이라 불리는 검사들은 요직으로 영전하는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는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그런 인사를 한 정권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사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하면서 또다시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공수처를 만든다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수처는 폐지가 답이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은 안기부의 망령이 어른거리는 공수처를 폐지하고, 내로남불 정권을 심판하는 정권교체의 해가 돼야만 한다.


기왕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임기 전에 잘못 만든 공수처를 스스로 폐지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을 결단했듯, 공수처 폐지도 그런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수처는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인 만큼 청와대가 공수처의 수사방식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부당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는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기구인 공수처가 흔들리면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라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그러나 어차피 문재인 정권은 끝났다. 이제는 잘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공수처 해체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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