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불법행위 자료 삭제한 직원··· "본인 범죄증거 된다면 처벌 불가"
大法, '유죄 원심' 파기 환송
박소진 기자
zini@siminilbo.co.kr | 2026-02-24 16:04:54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회사의 불법행위에 직원이 직접 관여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당 직원이 회사 관련 자료를 삭제했더라도 이를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 인멸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1월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7월부터 10월 사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팀장이던 B씨는 이에 따라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자료 삭제를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쟁점은 이들의 행위가 형법 제155조가 정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해당 조항은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ㆍ은닉ㆍ위조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이들이 회사의 증거를 삭제한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임직원이 양벌규정으로 자신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 증거를 없앤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 아닌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행위자로 양벌규정에따라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이 없다거나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려던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자기방어적 취지의 진술이거나 '사적 목적이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한 행위다'라는 취지에서 단순하게 진술한 내용이라고 이해할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이런 사정을 포함해 피고인들의 행위 전후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피고인들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위반 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 집행한 행위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있었는지 등을 따졌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윈심 법원에서 다시 심리ㆍ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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