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취약지역 어르신 문화누림, 전국 곳곳에 닿은 ‘치유의 여정’ 영상 공개
김민혜 기자
issue@siminilbo.co.kr | 2025-12-12 08:58:07
영상은 단순한 정책 소개가 아닌, 외로움이라는 긴 겨울을 지나, 문화예술을 통해 다시 봄을 맞이한 우리 시대 어르신들의 ‘회복 일지’로 기록됐다.
조용한 농촌의 풍경 위로 ‘고령화와 지역소멸, 해답은 문화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잔잔한 메시지를 띄우며 시작되는 해당 영상은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먼 삶, 무료함과 외로움이 일상이 되어버린 어르신들의 덤덤한 인터뷰는 보는 이의 마음 한구석을 아릿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상은 곧이어 ‘변화의 순간’을 포착한다. 문화누림 캠페인이 닿은 곳마다 피어난 놀라운 반전인 부분이다.
경북 예천의 한 마을, 흥겨운 노래에 맞춰 율동을 따라 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서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윤춘화(경북 예천군) 어르신은 “이런 시골에서 문화 혜택은 꿈도 못 꿨는데, 올해 너무 벅찬 선물을 받았다”며 “사람이 자꾸 욕심이 난다. 다음에도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또 왔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전북 부안에서는 투박한 다듬이 소리가 경쾌한 타악 연주로 변신하는 모습도 보여진다. ‘다듬이 난타’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액막이타령’을 함께 부르며 가슴 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쏟아냈다. 심금자(전북 부안군) 어르신은 “내 안의 것을 소리 내어 뱉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시간만 기다려진다”고 고백했다. 문화를 즐기는 과정은 곧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평이다.
또한, 강원 홍천에서는 팔순의 어르신이 붓을 들었다. 평생 농기구만 잡았던 투박한 손으로 마을 담벼락에 꽃을 그리고 나무를 심었다. 김홍일(강원 홍천군) 어르신은 “내 나이 팔순에 이런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앞둔 청년처럼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의 절정은 김해에서 열린 ‘2025 실버문화페스티벌’ 현장이었다.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조부모로만 불리던 그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섰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어르신들의 모습 위로 ‘오늘, 무대의 진짜 주인공은 어르신입니다’라는 자막이 흐를 때, 뭉클한 감동은 정점에 달한다.
영상 말미, 교차 편집된 어르신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이 사업이 단순한 여가 지원을 넘어 ‘관계의 회복’임을 증명한다. 각기 다른 목소리지만 문화예술이 끊어졌던 이웃과의 관계를 잇고, 고립되었던 개인을 다시 공동체로 불러들이는 따뜻한 ‘접착제’가 되어주었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영상은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기적 같은 변화의 기록”이라며 “어르신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문화가 가진 치유의 힘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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