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의 영웅을 기리며

부산지방보훈청 등록관리팀장 이양순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3-03-22 18:26:16

  지난 2010년에 나는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임을 실감하는 두 번의 큰 사건을 경험했다.

3월에는 조국수호의 임무를 수행중이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탑승한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고, 11월에는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하여 아군과 1시간 정도 교전이 벌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연평도 포격전 당일에 우리 부처 공무원들은 교전이 끝난 후였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도록 대기 지시에 따라 사무실에서 대기를 했었다.

뉴스를 통해 연평도에 기습적으로 포격이 이루어지던 때의 영상을 보고, 우리 아군이 대응사격을 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흑백화면으로만 보던 과거 6·25 전쟁이 연상되면서 약간의 두려움까지 느꼈던 기억이 있다.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백령도와 연평도 부근의 서해는 종종 북한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였는데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해상에서 벌어졌던 남북 해군 간의 전투인 제2연평해전은 6명의 전사자를 남긴 큰 교전이었다.

1999년 6월 7일에 발생한 제1연평해전 이후에도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은 간헐적으로 발생했는데, 제2연평해전은 2002년에 북한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하여 우리 고속정 참수리 357호정에 대해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31분간 교전이 발생한 사건이었다.

서해에서 있었던 이 3가지 큰 사건은 총 55명의 전사자를 남겼고, 52명의 전상자가 등록되었다.

각 사건별로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정부기념행사가 거행되다가 2016년 3월 “서해수호의 날”을 정부 기념일로 제정하여 전사한 55명의 용사를 추모하고, 참전장병의 공헌을 기리며 국민의 안보 의식과 국토수호의 의지를 고취하는 뜻깊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해수호의 날은 우리 군의 희생이 제일 많았던 천안함 피격 사건이 2010년 3월 26일 금요일에 일어난 점을 고려하여 3월 넷째주 금요일로 정해졌으며, 서해수호 3개 사건 전사자 모두가 안장돼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매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경우 전사자가 46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당시 내가 근무하던 보훈청에도 전사자의 부모가 유족등록 신청을 하기 위해 방문을 했었다.

20대 초반의 아들을 잃은 부모님을 어떤 표정으로 대해야 할지, 내가 건네는 위로의 말이 오히려 상처를 건드리는 건 아닐지 참으로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몇 년 동안 그분들을 위문하기 위해 방문하면서 얼마만큼 상처가 아물었는지 분위기를 살폈던 기억도 난다.

이제 시간이 13년이 흘러 우리의 기억은 많이 흐려졌지만, 당시 부상을 입은 장병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는 긴 세월이 흘렀어도 치유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에서 기념일을 정하여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를 거행하고 있으니, 이 날만큼은 조국 수호의 임무를 다하다 희생된 그들을 기억하고, 아픈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올해 서해수호의 날 슬로건은 “헌신으로 지켜낸 자유, 영웅을 기억하는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누리는 자유는 영웅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을 잊지 말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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