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행 피해자 신상을 가해자측에··· 인권위 "관리규정 정비를"

황혜빈

hhyeb@siminilbo.co.kr | 2019-02-19 00:00:03

담당자 주의 조치도 권고

[시민일보=황혜빈 기자] 법원 담당자의 부주의로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가해차 측으로 유출된 것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행정처장에게 신상정보 관리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유출사고가 일어난 해당 지방법원의 법원장에게는 담당자 주의 조치와 직원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배우자 A씨는 2017년 6월 법원의 사건기록 열람·복사 담당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적힌 복사본을 가해자 측 변호사에게 교부해 신상이 유출됐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법원 담당자는 이와 관련, 실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가해자 측 변호사 사무실 근무 직원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적힌 복사본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자신의 인적사항이 적힌 공탁 통지서를 받게 되며 신상정보가 가해자 측에 전해진 것을 알게 됐다.

가해자 측 변호사가 복사본에 적힌 피해자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보고 공탁금 신청서 작성 후 법원에 제출해 이를 피해자가 그대로 받게 된 것.

공탁금은 소송 당사자가 민사 가압류를 위해 담보로 제공하거나 형사사건 합의를 위해 법원에 맡기는 돈이다.

인권위는 “법원 담당자의 부주의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 놓여 피해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었다”며 “인적사항 노출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번 피해자 신상 유출사고의 책임이 법원 담당자 개인에게만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비실명화 조치 등 신상정보 관리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현재 검찰은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등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 교부 범위를 제한하도록 검찰사무 규칙에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법원의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과 예규에는 이런 경우를 비실명화 조치 사유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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