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에 용기주는계약직 공무원

중부취업센터 이영종씨

시민일보

| 2002-02-07 18:31:34

허름한 상가건물 2층에 자리잡은 서울지방노동청 중부일일취업센터(02-741-1010)에는 언제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지난 98년부터 이곳에서 새벽 5시면문을 열고 일용직 근로자 취업이나 공공근로 접수를 해온 이영종(李煐淙·34)씨가 실직자들에게 알선할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이씨는 IMF 직후인 지난 98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그때는 어찌나 사람이 많았던지 북새통에 컴퓨터가 부서질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일요일에도 취업센터에 나온다.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편안히 쉴 수 없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씨는 군에서 제대한 뒤 1년 동안 막노동판에서 뒹군 경험이 있다. 십장의 눈에 들어 총무 일을 맡으면서 현장 노동자들을 다루는 방법과 협업체계 등을 익혔다.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해가 떠오르자 사무실 근처에 몰렸던 구직자들이 하나둘 흩어지고 일당 1만9,000원에 식대·교통비 3,000원을 받는 공공근로라도 하겠다는 사람들이 취업센터로 몰려왔다.

공공근로로 받은 일당으로는 생활이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들을 대하는 이씨의 마음도 울적해진다.

이씨는 낮 12시쯤 퇴근, 한숨 잔 뒤 오후 4시쯤 창신동 가파른 산비탈 동네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수소문했다. 오후 6시 다시 취업센터에 나와 일손을 구하는 건설현장 등의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이씨는 가끔 사설 직업소개소까지 기웃거렸다.“우리 인부들은 성실하고 일도 잘 한다”면서 써달라고 매달렸다. 직업소개소를 통하면 일당 6만∼7만원짜리 일자리도 소개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구직자들이 현장에서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낸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이씨는 일시적인 실업으로 이곳을 찾았던 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구할 때면 각별한 보람을 느낀다. 이씨는 일자리를 구하러 오는 이들에게 ‘된다’‘잘 될 것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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