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은 시대적 요구

민주당 최고위원 신기남

시민일보

| 2002-05-02 17:05:19

지역 중심 정치 구도의 가장 큰 폐해는 ‘차별적인 정책 제시와 공론화를 통한 경쟁력 검증’이라는 정상적인 정치 프로세스를 근본부터 무력화시킨다는 데에 있다.

지역주의는 가장 저급한 ‘대중 영합주의(populism)’이다. 지역주의는 각 정당에서 제시된 정책이 공론의 장으로 들어가기 이전에 ‘날조와 허위 사실 유포, 마타도어’가 개입하여 그 과정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기적 정치 사기인 ‘색깔론’이 지역주의를 정치적 배경과 안식처로 하여 성장한다.

현재 우리당의 노무현 후보에 의해 제기되는 정계 개편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노풍’에 내재되어 있는 ‘시대 정신’을 읽을 필요가 있다.

노풍이 갖는 의미는 한마디로 ‘낡은 정치’를 버리라는 것이다. ‘지역 분열 정치’에서 ‘지역 화합의 정치’로, ‘결과 지상주의 정치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정치’로, ‘권위적, 폐쇄적 보스, 파벌 정치’에서 ‘참여형 개방 정치’로 일대 정치 개혁을 하라는 시대 정신의 명령이다. ‘

지역 분열의 정치’에서 ‘지역 화합의 정치’로 가기 위한 정도는 단 한가지, 이념. 정책 중심으로 정계의 판짜기를 하는 것이다. 이 정도를 걷지 않은 판짜기는 그간의 예로 드러났듯이 ‘지역 분열, 지역 고립’만을 낳아 한층 더 지역주의를 조장할 뿐이다.

지금 제기되는 정계 개편은 두가지 면에서 이제까지와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의 정계개편은 ‘개혁, 진보’를 표면에 내세웠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지역주의적 정계 개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이념. 정책 차원에서의 정계 개편 제기임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금은 ‘밀약, 야합, 협박’등의 어두운 그림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의 민심 얻기’를 기본 전제로 하여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지금의 정계 개편은 ‘정계 개편’이전에 ‘민심 개편’이라 하지 않는가? 일부에서 ‘보수대연합’으로 응대하는 것은 그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긍정적이다. 지역주의의 탈을 쓰고 무조건 ‘이대로 좋다’는 식으로 정계 개편에 반대하기보다는 활발하게 ‘이념, 정책 중심의 정계 개편’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신민주연합론’을 말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을 두고 ‘3김 정치의 부활’을 거론한다. 이러한 말에는 노 후보의 정계 개편 방향이 ‘낡은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의미를 축소하려는 저의가 묻어있다.

노무현 후보는 ‘노풍’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밑바탕으로 ‘개혁 정치’의 리더로 등장했다. 그동안 민주 개혁세력은 지역주의라는 분란으로 인해 한가족임에도 별거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제 그 가족의 적장자로 ‘노무현’이 등장하여 이 시대의 지상과제인 ‘지역분열정치의 해체와 동서 화합, 정책 중심의 정계 개편’을 위한 하나의 과제로 민주.개혁 세력을 87년 이전의 한가족 상태로 복원을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옛 어른을 만나는 것은 오늘의 적장자가 이러한 대의에 대해 협조를 바라는 의례적이며 상징적인 ‘어른 예우’인 것이다. ‘3김 정치의 부활’이 아니라 ‘지역주의로 얼룩진 3김 정치’의 종언을 알리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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