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곳에 가고싶다
충북 괴산 화양구곡
시민일보
| 2002-05-11 14:18:52
5월 계곡여행이라면 좀 이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초여름 같은 요즘 날씨에 계곡으로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두어시간의 트래킹도 즐기고 잠시 쉬어가며 물 속에 발을 담가 볼 수 있는 계곡이 있는 곳. 충북 괴산의 화양구곡으로 떠나보자.
화양구곡은 트래킹과 물놀이에 적당해 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32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화양동 입구 삼거리에서 화양구곡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파천까지는 약 5km 거리로 왕복 10km 정도다. 파천까지 길도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이 깔려 있고 높낮이도 심하지 않아 거리가 10km여도 누구나 무난히 걸을 수 있어 트레킹 코스로는 비교적 쉬운 코스.
특히 안쪽의 주차장에서 파천까지는 3.7km밖에 되지 않아 트레킹 코스로는 오히려 좀 짧은 편이다. 그러나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단연 돋보이는 계곡이 화양구곡이다. 곳곳에 넓은 너럭바위들이 많고 중간중간 모래사장도 있으며, 물의 깊이도 낮아 여름이면 가족 단위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운영담’은 물이 너무 맑아 구름의 그림자가 비추는 담이라는 뜻인데, 운영담 앞으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야유회 등의 단체객들에게는 인기를 얻고 있는 곳.
운영담을 지나면 길 양쪽에 긴 사각 돌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이 ‘하마소‘(下馬所)이다. 이름처럼 말에서 내려야 하는 곳인데, 이 하마소에는 우암 송시열에 관련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송시열은 조선의 선조 때부터 숙종조까지 여러 관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효종과 함께 북벌계획을 추진했다. 송시열이 벼슬을 떠나 머문 곳이 이곳인데 금사담 옆에 암서재를 지어놓고 머물렀다. 후에 후학들이 이 화양구곡에 송시열의 위패를 모시는 화양서원을 열었다. 그후 조선 말기로 접어들면서 서원들의 횡포가 극에 달해 그때 이곳이 서원 앞이니 말에서 내리라는 의미로 하마소가 생긴 것. 또 화양구곡의 하마소에서 흥선대원군이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가 화양서원의 유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하마소를 지나면 바로 ‘만동묘정비’가 있던 자리가 나온다. 송시열의 유언에 따라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준 명나라 임금의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이 자리에 있던 만동묘정비를 훼손해 땅에 묻은 후 이 비석이 발견됐는데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 이 자리에는 없다.
만동묘정비 자리 옆에는 화양서원의 자리가 있다. 지금은 주춧돌과 축대만 남아 풀만 무성한데, 과거에는 위세를 떨쳤던 서원이다. 이 화양서원 앞에는 화양서원의 내력을 적어 놓은 화양서원묘정비가 있고, 옆으로 내려가면 계곡 건너편으로 있는 ‘읍궁암(泣宮巖)’을 볼 수 있다. 읍궁암은 화양구곡의 제3곡으로 효종이 갑자기 죽자 이곳에 머물던 송시열이 새벽마다 이 바위에 나와 효종을 생각하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다.
읍궁암을 200m 정도 지나면 화양구곡의 제4곡인 ‘금사담(金砂潭)’이다. 화양구곡 중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곳으로 화양구곡에서 으뜸으로 꼽는 곳. 계곡의 형태도 멋있지만 물놀이를 하기에 아주 좋다. 운영담 앞이 단체객들이 차지하는 곳이라면 금사담은 넓은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금사담 옆으로는 우암 송시열이 머물던 ‘암서재(岩捿齋)’가 있다. 경치좋은 금사담 옆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은 집으로 우암 선생의 높은 풍취와 안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 어른 13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4000원.
가는길 서울에서 화양구곡으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510번 지방도로-34번 국도-증평- 36번 국도-592번 지방도-질마재-부흥사거리-37번 국도-32번 지방도-화양구곡 (약 2시간 30분 거리)
자료제공/ 투어가이드(02-586-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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