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인간의 본질’되새겨

연극 ‘이발사 박봉구’

시민일보

| 2002-05-13 16:39:02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잊거나 잃어버리고 살아갈 때가 많다. 예전의 소중한 것들이 이젠 낡은 것이 돼 어느새 쓰레기통에 있는가 하면, 우리의 정신도 묵묵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혀 자신의 본질을 잊고 살기도 한다.

잊어버리는 것과 잊혀져가는 사람. 연극 ‘이발사 박봉구’는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부터 이발사를 꿈꾼 박봉구는 4대째 이어 내려온 이발사 집안이다. 고교시절 손으로 하는 일을 무시하는 선생과의 싸움 중에 선생이 가위에 찔리자 11년간 복역생활을 한다. 출소 후 세상에 나온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발소에 들어가지만, 예전과는 달리 퇴폐영업을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그는 퇴폐이발소를 인수해 모범이발소로 만들지만 손님은 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퇴폐이발소를 다시 시작한 그는 우연히 대기업회장의 전용이발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이마저도 신 개념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없는 박봉구는 세상을 향해 면도칼을 휘두른다.

‘이발사 박봉구’는 사전제작시스템에 만든 작품으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관객들에게 흥미와 웃음거리를 제공해 주면서 연극의 메시지를 뚜렷이 전달하고 있다.


한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인간이 변질돼 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절망하는 이발사 박봉구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순진하면서도 강인한 캐릭터를 가진 박봉구 역에는 TV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빛나는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연극배우 정은표가 맡았다. 10년간 무대에서 다져진 그의 연기는 완숙함에 이르는 경지였다.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에게 친숙해지긴 했지만, 인기보다는 항상 연극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박봉구의 장인정신 그 자체였다.

6월 2일까지 평일 7:30 주말 4:00, 7:30 (월 공연없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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