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미리보기-비포 나잇 폴스

쿠바 천재작가 불운한 삶 그려

시민일보

| 2002-06-20 16:02:44

쿠바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일생을 그린 영화 ‘비포 나잇 폴스’는 19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쿠바의 암울했던 정치적 상황과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다간 천재작가의 불운한 삶이 조화된 영화다. 가난했지만 완벽한 자유를 누리던 아레나스가 동성애 작가라는 이유로 쿠바 카스트로의 극심한 탄압을 받고 미국으로 망명한 후 목숨을 끊는 순간까지를 영화화했다.

시대를 앞선 천재 작가의 초상화이자 정치적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예술적 자유를 위해 대항한 인간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이 작품은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2000년 베니스 최우수남우주연상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쿠바의 한적한 시골에서 자란 아레나스는 풍요로운 자연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성장해간다. 십대시절 카스트로 혁명군에 참가할 만큼 성숙했던 그는 스무살에 하바나 대학에 입학해 문학적 재능을 키워나간다. 국제도시 하바나는 정치, 사회, 문화, 성혁명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변화가 일어나고 레이날도는 작가와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나날을 보낸다.

혁명후 레이날도의 삶은 고통으로 뒤바뀌게 된다. 1960년대 쿠바 정권의 예술가와 동성애자들의 탄압속에 그는 감옥으로 끌려가고 작품과 목숨의 선택기로에서 작품을 포기하고 감옥에서 풀려난다.

80년대 쿠바정권이 동성애자, 정신병자, 범죄자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발표하자 그는 동성애자로서 쿠바를 탈출, 뉴욕에 정착하지만 가난과 에이즈라는 고통이 찾아온다.

‘비포 나잇 폴스’는 동성애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개방도시 하바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아레나스에게 동성애라는 것은 원초적인 본능의 쾌락이자 그의 문학적 토양이며 정치적 권력에 대항하는 투쟁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부분은 바로 아레나스역을 완벽히 소화해낸 스페인의 국민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하몽하몽’, ‘당신의 다리사이’ 등으로 국내 팬에게도 익숙한 배우.

이성이 아닌 본능과 충동에 따른 삶을 살아온 아레나스의 분노, 열정, 사랑, 유머 등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 바르뎀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밖에 조니뎁과 숀펜의 조연도 빛을 발했다. 특히 조니뎁은 1인2역으로 엘리트 장교와 남자들을 유혹하는 동성애자들의 연인역을 맡아 영화의 흥미를 더했다. 21일 개봉.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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