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같은 형제의 갈등·사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시민일보
| 2002-07-08 15:22:13
일반인들은 뮤지컬에 대해 현란한 춤동작과 대형 무대세트, 다수의 출연진등 브로드웨이형 뮤지컬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국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의 ‘아가씨와 건달들’, ‘페임’, ‘그리스’등에서부터 시작된 대형뮤지컬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아직까지도 국내 뮤지컬 무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이 빈곤한 때 지난 95년에 첫 선을 보인 ‘사랑은 비를 타고’(배해일연출, 오은희작, 최귀섭작곡)는 7년동안 공연돼 객석점유율 80%이상을 자랑하는 순수 국내 창작뮤지컬이다. 소극장용 뮤지컬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단지 세 명의 배우만이 출연해 안정된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사랑의 표현 방법이 서로 달랐던 형제애와 작위적이지 않은 희망을 얘기하는 내용으로 꾸며진 작품의 무대는 평범한 가정의 거실에서 시작된다. 부모를 대신해 삼남매를 어머니처럼 돌봐주는 형 동욱, 동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을 비관해 가출해 7년만에 집에 돌아온 동현, 그리고 이들의 집에 별안간 나타난 파티걸 유미리.
이들이 꾸미는 무대는 대형뮤지컬에서의 스케일과 화려함은 전혀 없지만 우리 정서에 맞는 감정과 캐릭터로 아기자기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서먹했던 형제의 사이가 형의 생일파티로 형제애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마지막 장면에서 형제가 함께 두 대의 피아노에서 울리는 하모니는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두형제 각자의 개인기와 특별한 사건없이 진행된 연극에서 톡톡튀는 감초 역할을 하는 유미리는 지루해질 듯한 연극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 한다.
이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뮤지컬넘버. ‘세월이가면’, ‘사랑은 유리같은 것’등 대중가요를 작곡한 최귀섭의 곡들은 관객의 귀를 감미롭고도 즐겁게 만든다.
14일까지 평일 7시 30분, 금·토 4시 30분, 7시30분, 일 3시, 6시 30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공연.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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