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순수창작 ‘넌버벌 퍼포먼스’ 인기

“말이 필요없다 … 오직 몸으로”

시민일보

| 2002-08-26 17:36:00

넌버벌 퍼포먼스가 인기다. 97년 처음 선보인 ‘난타’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라이센스 공연, 창작공연 등이 관객과 만날 기회가 많아져 퍼포먼스가 새로운 의사소통의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퍼포먼스는 전통의 표현기법을 거부하고 육체 그 자체를 통해 보여지는 행위를 뜻한다. 신체를 이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기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그중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비언어극)는 대사가 없이 소리와 몸짓만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라이센스 공연의 수입이 흥행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언어로 인한 경계를 뛰어 넘을 수 있었기 때문.

이미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델라구아다’, ‘검부츠’등이 국내 관객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로에서 국내 순수 창작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두 편이 이에 대항하고 있다. ‘칼라바쇼’와 ‘U.F.O’.

TV속의 칼라바맨들이 영상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서 펼치는 이야기 ‘칼라바쇼’와 댄스와 서커스와의 만남 일명 ‘댄커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들고 나온 ‘U.F.O’가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칼라바쇼=객석에 앉아 공연의 시작을 기다리면 낯선 남자가 화장지 퍼포먼스를 한다. 화장지로 관객의 목에 휘감거나 여러 사람을 한데 묶는 등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사이 카메라맨이 등장해 객석의 모습을 비춘다.

관객의 모습이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비춰질 때마다 관객의 반응은 다채롭다. 여유 만만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가하면 종이로 얼굴을 가리거나 장난을 치는 등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윽고 TV가 켜지며 공연이 시작된다. 초록,노랑,빨강,파랑 네 명의 칼라바맨들은 드럼 연주를 시작으로 의상을 악기로 한 양철북연주, 택견, P.V.C, 지퍼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악기들을 만들어 한바탕 춤과 연주를 펼쳐 보인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무대의 소품과 의상으로 사용한 것들이 돋보인다.

칼라바맨들 공연 사이에 사회자 격으로 등장하는 연기자가 있어 관객을 직접 무대위로 끌어들인다. 칼라바맨들과 같이 공연을 하게 되는 관객은 사탕을 입에 물고 대형 기저귀를 차는 등 수모를 겪지만 그들과 같이 두드리고 행동하는 재미를 느낀다.

공연의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의 참여는 늘어난다. 일기예보를 알려준다면서 객석위로 물을 분사하는 가하면 신문을 이용해 눈싸움을 같이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칼라바쇼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무대에 끌어올리고 같은 공연자로서 참여시킨 것이 눈에 뜨인다. 무대를 바라보기만 했던 관객이라면 이런 공연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고 즐기길 원하는 관객이라면 신나는 공연이 될 수 있을 듯.

9월 29일까지 폴리미디어 씨어터 평일 오후 7시 30분, 금요일 오후 4시.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30분.11시, 일.공휴일 오후 2시.5시(월요일 공연 없음).

U.F.O=난타의 제작사 PMC 프로덕션의 신작 ‘U.F.O’는 공연 전부터 난타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과 대기업의 협찬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난타가 주방을 배경으로 타악의 리듬감을 느끼게 한 반면 U.F.O는 주유소를 배경으로 서커스를 결합한 춤 공연으로 볼 수 있다.

내용은 우연히 주요소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주유원이 춤으로써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수사대를 피해 무사히 귀환한다는 것. 처음 외계인과 주유원이 서로 대립을 보이다가 화해를 하는 등의 내용은 이미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E.T’등 기타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도 볼 수있었던 식상한 것이지만 무대에서 풀어내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우주선이 추락한 외계인들이 주유소에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레이저 빛을 이용한 춤 장면에서부터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불빛 볼을 던지고 받으면서 추는 춤, 줄타기, 기둥타기 등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국내 퍼포먼스로는 드물게 스펙터클한 장면을 선보인 이 작품은 모든 장면이 춤으로 이루어져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들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출연진은 체조경기대회 5관왕, 세계 힙합 페스티벌 한국대표, 댄스스포츠 지도자, 서태지.지누션 등 인기 가수의 안무자 출신 등과 중국기예단 단원으로 구성했고, 현재 국내 연극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360도 전방향 음향시설을 도입해 소리의 입체감과 현장감을 높였다.

기업의 협찬으로 더 나은 공연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무대 장치에 넣은 실제 기업의 상표나 조명이 꺼져도 사라지지 않는 협찬사의 로고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느낌을 준다. 11월 17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30분, 일요일 오후 3시.7시(월요일 공연 없음).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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