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어디로 떠나볼까
선비의 고장 안동‘하회마을’
시민일보
| 2002-09-25 17:08:36
명한 여행지라고 해서 찾아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안동 하회마을도 이름만으로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이라면 그런 느낌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회탈춤과 몇 채의 고가옥, 영국 여왕이 다녀갔다는 정도로 이곳을 표현하기엔 너무도 부족하다. 어떤 순서로 어떤 시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안동 하회마을은 단순한 유명 관광지가 아닌 특별한 여행지로 기억될 수 있다.
하회마을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부용대에 먼저 올라가야 한다. 겸암정사와 옥연정사를 끼고 맵시 있게 솟아오른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의 물돌이가 보이고 가는 길에 겸암 유운룡 선생의 정사(精捨)인 겸암정사에 올라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화천 건너 하회마을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서애 유성룡 선생이 형님인 겸암을 위해 쓴 시 한 구절이라도 읊을 수만 있다면, 겸암선생의 13세손이라는 주인장의 겸암정사와 하회마을에 관한 옛 이야기 한토막이라도 귀동냥 할 수 있다면 그제서야 하회마을을 둘러볼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가을 무렵의 하회마을은 옛 풍경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벼들이 익어가는 너른 들판과 초가집 지붕들 그리고 길 옆의 코스모스와 가로수에 이르기까지 굳이 수백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고향마을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하회마을의 진면목은 바로 ‘고샅’이라고 하는 골목길에 있다. 와가와 초가들 사이로 길게 늘어선 토담은 그 사이 사이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든다.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홍시의 흔적이나 초가 지붕위로 익어 가는 조롱박의 모습이라도 발견한다면 가을에 하회마을을 찾는 덤이기도 하다.
하회마을에서는 양진당, 충효당, 북촌댁, 남촌댁, 빈연정사, 원지정사를 둘러보고 ‘쑤’라고 불리는 소나무 숲 만송정에서 약간의 땀을 식힌 후 심심풀이로 그네나 널뛰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억지로 만들어진 듯한 민속놀이 기구가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그냥 애교로 봐 줄만 하다. 근처 초가집에서 식사도 할 수 있는데 주로 헛제사밥, 간고등어 등 안동의 대표적 음식이 나오고 요즘에는 안동찜닭이 사람들이 주로 찾는 메뉴다.
만약 여기서 발길을 돌린다면 하회마을에 대해 뭔가 허전함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회마을 못 미쳐 화산을 끼고 비포장길을 돌아 병산서원으로 가보자. 서원 정면에서 보면 그렇게 경치가 좋아 보일 것 같지도 않고 폐쇄적이란 느낌이 드는 곳이지만 서원 안에 들어서면 그런 생각은 일순간 사라지고 눈앞이 탁 트이는 경치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대부분의 옛 정자들이 올라갈 수 없도록 돼있는 반면 병산서원 전면에 자리잡고 있는 만대루는 신발을 벗어놓고 나무를 깎아 만든 계단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옛 선비들의 흉내도 내어 보고 넓은 만대루에 큰 대자로 누워서 자연 그대로를 느껴보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도 멋스럽다.
비포장이라는 도로여건이 안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지만 예전에 비해 찾는 이들이 늘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조경도 새롭게 단장을 해 잔디밭도 좋아졌고 교통도 편해져 노선버스도 드나든다.
■찾아가는 길
하회마을은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예전에 비해 찾아가기가 쉬어졌다. 서울에서 3~4시간 정도 걸리고 서안동 톨게이트로 나오면 된다. 부용대를 찾아갈 경우 광덕교 건너 화천서원 쪽으로 병산서원은 화산 방향으로 비포장의 좁은 도로로 가야 된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에 하회마을내 탈놀이 전수회관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무료로 공연하고 있으며, 27일부터 10월 6일까지는 안동국제 탈춤페스티벌이 이곳에서 열린다.
/사진·자료제공: 가고파(www.kago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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