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어디로 떠나볼까

온 가족 가벼운 삼림욕-천리포수목원

시민일보

| 2002-10-09 16:11:46

주위의 산들이 울긋불긋 자태를 자랑하는 본격적인 단풍 여행철이 시작됐다.

명산의 단풍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많은 인파에 지쳐 자연의 느낌은커녕 피곤만 쌓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산에서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수목원의 단풍 여행은 어떨까. 숲의 깊은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온 가족이 가벼운 차림으로 휴식을 취하고 산림욕도 즐길 수 있는 천리포 수목원으로 가을 단풍 여행을 떠나보자.

수목원의 여행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자연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하나의 보고 즐기는 관광지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목원은 그저 식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을 이루거나 정원을 보는 것만은 아니다. 수목원이 나무를 가꾸는 곳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큰 의미는 다양한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정확한 식물 종의 구분과 계통분류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충남 태안반도 만리포해수욕장 북쪽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은 187,000여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에 10,000여종(변·품종)의 식물들이 서식해 있는 대규모 식물 자원의 보고이다.

이 수목원의 효시는 천리포 해변의 절벽에 위치한 약 2ha의 사질 토양의 임야 및 잡종지를 1962년도에 고 민병갈씨(閔丙, Carl Ferris Miller, 79년도 귀화)가 구입하면서 비롯됐다.

화학을 전공하고 금융업에서 일해온 그에게 수목원조성사업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식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그가 사랑하는 한국의 산야를 두루 돌아보면서 싹터왔고 자연의 세계에 심취한 그의 집념의 결실이 천리포수목원인 것이다.

7개 지역으로 나눠지는 수목원은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다양한 식물 종류들을 볼 수 있다.

수목원이 시작된 지역은 전시용과 교육을 겸한 지역. 수집된 식물들의 대부분이 이곳에 식재돼 있다. 초가집과 한옥기와집이 어우러져 있으며 인공연못이 있어 다양한 버드나무종류와 습지식물을 볼 수 있다. 바다에 가장 인접해 있어 각종 난대성 상록활엽수들을 비롯 다양한 수종들이 식재돼 해안의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연못 부근에는 소규모의 논이 있는데 수목원 직원들이 직접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농사를 짓는다. 개구리 등 주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 논은 여름에는 진한 녹빛으로 가을 추수기에는 갈빛으로 주위의 경관에 운치를 더한다.


연못에는 잉어, 붕어, 장어 등이 서식하며 흰뺨검둥오리, 청호반새, 해오라기 등 물새가 자주 찾아온다. 특히 흰빰검둥오리가 이 곳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새끼를 치며 십여 마리의 어린 오리 새끼들이 어미오리를 따라 연못 위를 유영하는 모습은 수목원의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연못의 우측으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씨앗밭’이라 불리는 작은 분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수목류와 초화류가 혼재돼 자라고 있는데 풍년화,목련, 때죽나무, 다정큼나무, 섬초롱꽃, 섬백리향, 말발도리, 벚나무 등이 연중 다양하게 꽃을 피운다.

이 곳에서 서북향으로 낭새섬을 바라보면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는 소사나무집이 보인다. 수목원 초기에 건축된 한식 기와집들 중 하나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장작불을 사용해야 하는 온돌양식으로 남아 있다. 그 주위에는 방풍림과 함께 후박나무, 소사나무, 회화나무 가 식재돼 있다.

지역은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진 썰물 때에는 걸어서 건너 갈 수 있는 섬으로 ‘닭섬’이라 불렀으나 근래에는 보기 드문 바다직박구리 새의 지방명을 붙여 낭새섬으로 개칭했다. 섬 전체가 상록활엽수림으로 후박나무, 센달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가시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역은 천리포마을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사구지역으로 해당화, 곰솔, 순비기나무 등 다양한 사구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목련산인 지역은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좋은 생육 상태을 보이는 다양한 목련 종류들이 있고 여러 종류의 배롱나무와 벚나무의 표본수들로 봄에는 수많은 종류의 목련들이 소나무사이에서 진달래와 함께 꽃이 필 때 장관을 이룬다.

지역은 침엽수원으로 국내ㆍ외 각지에서 도입된 다양한 수종들이 많이 심어져 있으며 북쪽 능선에는 서늘한 기후에 알맞는 자작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7개 지역 중 제일 넓은 지역인 지역은 활엽수가 중점적으로 식재돼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은 천리포에서 가장 높은 해발 120여 미터의 산 정상으로 이어진 계곡으로 큰골이라 불리우며 토양이 매우 비옥하여 많은 종의 자생초본 자라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활엽수림이 잘 발달해 자연보존지역으로 설정돼 있다.
/자료·사진 제공 에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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