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 고전을 벗고 …
햄릿프로젝트 2002
시민일보
| 2002-10-22 16:38:48
세익스피어가 죽은지 430여년이 지났어도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가 남긴 36편의 작품은 해마다 전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연극은 물론 영화, 발레, 문학 등 여러 장르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세익스피어 작품의 배경은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 담고 있는 보편적 정서는 현재의 관객에게도 무리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
최근 공연되고 있는 세익스피어 작품만도 대여섯가지. 그의 작품을 뒤집어보는 ‘세익스피어 벗기기 페스티발’, 대중적이고 사랑이야기로 꾸며지는 ‘세익스피어 러브 페스티발’, ‘태풍’을 락 뮤지컬로 꾸민 ‘포비든 플래닛’, 국립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등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그 중에서 김아라 연출의 ‘햄릿 프로젯트 2002’는 대표적인 세익스피어의 변주로 고전의 작품 세계를 과감히 벗어나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로 꾸며진다. 이 작품은 햄릿이라는 한 인간에 초점을 맞춰 ‘왜 햄릿이 미치게 됐는가’를 실타래 풀어내듯 하나둘씩 풀어낸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타락, 우연히 저지른 살인, 오필리어와의 갈등 등 햄릿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그를 광증으로 몰고 간다.
중극장 규모의 무대에는 아홉 개의 회전의자와 열명의 배우가 위치해 있다. 각자의 역할을 갖고 있으면서 코러스의 기능이 있는 이들은 등,퇴장 없이 항상 무대를 지킨다. 이들의 존재는 항상 위기가 내재해 있는 불안한 상태를 나타내며 새로운 정권의 편에 서다가 전왕의 편에 서기도 하면서 시의 적절하게 움직이는 공권력을 의미한다.
아무런 장치도 없는 무대는 회전하는 것으로 장면의 전환을 나타내고 이는 무덤, 결투장, 극장, 무도회장, 왕비의 밀실 등 여러 장소로 변한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대사로 내용을 전개시키고 끊이지 않고 흐르는 음악은 장소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나타낸다. 간간이 사용되는 영상 또한 단순하고 어두운 무대를 보완하고 배우들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진지하면서도 때론 코믹적으로 그려진다. 나약한 미치광이로 변한 햄릿, 관능적이고 음탕한 왕비, 복수를 외치는 전왕 등 기존의 이미지에 좀더 과장적이고 포장된 몸짓과 연기를 보여지는 인물들은 내면의 심리와 성격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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