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어디로 떠나볼까

곶감마을 - 경북 상주 남장사

시민일보

| 2002-10-27 15:26:36

돌장승은 익살스런 웃음으로 나그네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열매가 무거운 탓인지 축 처진 모습의 주위 감나무들은 누가 이기나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서산 해는 어서 들어오라며 나그네를 잡아끈다.

경북 상주 변두리 어느 산자락의 한 풍경. 바로 ‘감 마을’로 소문난 남장사 입구다.

전국의 유명 감 산지로는 충북 영동, 경남 진영, 경북 상주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기후와 토질이 매우 좋아 감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경북 상주는 일찍이 곶감의 상품화에 눈을 돌려 곶감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상주에서도 특히 곶감을 많이 생산하는 곶감마을로는 남장동 남장사 가는 곳 일대를 꼽을 수 있다.

곶감마을은 약 70∼80여 가구가 곶감 만들기에 종사하고 있고 대형화된 기업형 농가만 해도 10여 가구에 이른다. 마을 어귀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감나무에 정신들 나간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감은 가을에 열리는 계절 농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일년 내내 곶감 만들기로 농가 수입을 올리고 있는 비결은 냉동보관 때문이다. 가을에 감을 수확해 껍질을 깎은 후 2개월에서 5개월 가량 건조 시킨다. 크기에 따라 건조기간이 달라지는데 이 감을 건조시키는 시설물들이 마을의 풍물거리이기도 하다.

대형 물류 창고 위에 주렁주렁 감을 매달아 놓아 말릴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인데 가을에는 일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린 감은 바로 냉동 처리해 이듬해 추석 때까지 두고두고 곶감을 만들어 출하시킨다.

곶감은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예쁘게 다듬어 포장을 하는데 보통 상급, 중급, 하급의 삼등분으로 분류되며 이는 기후와 영농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곶감 깎는 작업은 10월 중순에서 11월 말까지 절정기를 이룬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마을의 감나무들은 하나 둘 붉은 선과(仙果)를 토해 낸다. 나무 밑 그늘자락으로 툭툭 떨어지지만 누구 하나 주워가는 사람 없다. 그저 궁금할 때 하나 주워, 반 갈라서 수줍은 속살만 쏙 빨아먹고 이내 버린다. 지천으로 흔한 탓이다. ‘할머니, 이거 주워다 먹어도 되는 거죠?’ ‘아, 그럼. 많이 주워가. 여기서는 아무도 안 먹어.’

검붉은 선과의 향연은 후드둑 떨어진 후 땅에서 한번 더 피어난다고 하는 남도의 동백꽃 향연을 닮았다. 봄과 가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나는 이들은 마지막 모습이 닮았고 그 수줍은 서정이 닮았다. 마을 곶감 산업의 역사를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는 감나무들의 수령은 80년에서 100년 정도 마을 입구에는 곶감마을을 알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곶감마을인 남장마을의 끝자락에는 남장사라는 작은 절이 있는 데 이 절 역시 특이한 절로서 호기심 많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아 놓는다. 입구에 서있는 해학적인 모습의 돌장승을 지나 남장사 경내에 들어서면 호젓한 분위기에 딸랑거리는 풍경소리가 마음 한 켠에 파고든다. 세속의 번뇌가 한 순간에 소리를 타고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순간이다.

남장사에서 눈 여겨 볼 건물은 보광전이다. 철조 비로자나불을 모신 이 법당은 두 개의 소중한 보물이 있는데 철불 좌상(보물 제 990호)과 불상 뒤의 목각탱(보물 제 922호)이다. 고려시대의 양식이라고 하는 철조 불상이야 흔히 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불상 뒤의 목각탱은 쉽게 볼 수 없는 문화재다.

흔히 불상 뒤에는 종이나 비단에 돌가루로 그림을 그린 탱화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남장사에는 탱화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나무로 조각된 불상들이 평면 조각돼 있다. 아미타불과 보살, 비천, 나한, 사천왕 등 모두 24기의 불상을 조각해 금가루를 입혔는데 입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살아 움직일 듯 하다. 탱화이긴 하지만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빠져 목각탱이라 부른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양식이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6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희귀한 보물이다.

목각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래 부분의 사천왕상 표정이 매우 익살스럽다.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그 표정이 따스한 친근감을 주는데 전문가들은 보광전의 목각탱보다 관음전의 목각탱을 더 쳐준다고 한다. 보물 923호로 지정된 관음전의 목각탱은 보광전 것보다 크기는 약간 작지만 17세기 작품으로 알려져 역사도 오래되고 예술성도 뛰어나다.

남장마을의 볼거리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마을 입구의 남장예술원이다. 이 곳은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모든 목조 예술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자 작업장으로 상주시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목조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25번 국도가 상주를 위, 아래로 관통하는 3번 국도와 만나는 곳에서 보은 방향으로 약 3.5km 정도.
자료·사진 제공 포대투어 (http://www.podae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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