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권리와 국익
국회의원 임종석
시민일보
| 2003-02-20 16:54:54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혼란과 대결양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패배 이후 좌절과 내홍에 시달리던 상황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듯 대북송금 문제를 범죄사건으로 단정하고 특검제를 강행하려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언론과 수구세력들은 이 사안을 권토중래(捲土重來)의 호기로 삼으려는 듯 햇볕정책 전체를 도마 위에 올려 공세를 펴고 있다.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취임을 준비하고 있던 노무현대통령 당선자 역시 국정의 첫 시험대에 올라 엄중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대북송금 문제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반도의 평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의혹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춰야 할 사안인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북송금 문제가 중대한 범죄사건이라면 이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그룹도 국민도 정치권도 그 누구도 피해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남북경제협력과 교류의 확대, 이산가족 상봉의 분위기 조성, 철도 및 육로의 연결의 촉진 등을 통해 우리 국민 모두는 현대그룹 대북경제사업의 수혜자라 할 수 있다.
대북송금 문제는 반세기가 넘는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로 나아가는 민족전환기에 발생한 법과 현실간 괴리의 결과이자 비공개적 자금지원을 통해 경제협력과 투자 및 평화를 보장하는 국제외교 관례의 하나로 평가해야 한다.
시대와 역사가 요구하는 민족 최대의 과제는 대립과 파괴를 넘어 남과 북 스스로의 힘으로 화해와 협력을 이루고 평화와 통일, 번영을 이루는 것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한 이라크 전쟁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는 국민여론은 백 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와 참화를 생각해 보라. 비록 불투명한 과정과 일부 실정법을 위반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것이 민족의 평화와 교류협력에 기여하고 국가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것이었다면 무엇을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대북송금문제에 대한 진실규명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별검사제에 의해 남북교류와 협력의 모든 과정과 통로가 드러나고 관계자들이 한국의 실정법에 의해 사법처리될 때 그것은 대북송금 문제의 종결일 수는 있으나 남북관계 심각한 악화와 교류창구의 단절이라는 비극적 상황의 시작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회 정보위원회나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통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대북송금 문제의 진실을 명백히 규명하되, 국익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의결로 비공개여부를 결정하며, 남북관계의 현실적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사법처리는 유보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판단된다.
남북관계의 미래와 민족의 운명이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정치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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