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차봉천 위원장에게 듣는다
“합법화 논의 정부교섭 지금부터가 시작”
시민일보
| 2003-03-24 18:45:48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차봉천 위원장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7일 면담을 갖고 향후 모임을 정례화 하기로 하는 등 그동안 부족했던 양측 간 대화의 물꼬가 트여 노조합법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며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노조도 과거와 달리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이후에도 단체행동권 허용을 요구하는 노조의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김 장관은 프랑스의 예를 참고로 단체행동권 허용여부를 논의해 보자는 유보적 입장을 보인바 있으나 입법권을 행사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상당수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단체행동권 허용여부는 여전히 노·정간의 핵심쟁점 사항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차봉천 위원장은 “대 정부 교섭은 지금부터 시작이며 단체행동권 허용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범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차 위원장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공무원노조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공무원노조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가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노조를 이끌어 오면서 느낀 감회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무원노조는 출범 후 계속해서 정부의 엄청난 탄압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모든 조합원들이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특히 지난해 11월 3만 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연가파업을 통해 노조의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또 이를 통해 정부의 공무원조합법 입법을 막아냈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공약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 제대로 말 한마디하지 못하고 복종해 왔던 것이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노조활동을 해오면서 이러한 상명하복의 오명을 벗고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공무원들이 어느 정도 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간부,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밖으로 표출해 내고 공무원조직에 상당한 의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 그동안의 성과다.
하지만 노동운동 경험이 일천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투쟁을 전개 하다보니 현재 간부들은 물론 조합원들의 피로가 누적돼 있다. 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진력한 결과 일반 조합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
앞으로 노조합법화와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갈 생각이다.
-현 정부가 공무원노조 명칭 허용 방침을 정하는 등 노조를 긍정적인 입장으로 대하고 있지만 단체행동권 허용 문제는 여전히 쟁점 사항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참여정부는 과거 정권과는 달리 현행법상 불법단체인 공무원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노조와 대화의 물꼬를 열어놓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실질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10만 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고 200여 개의 단위 지부가 실질적인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정부는 공무원이 단체행동권을 가질 수 없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를 허용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며 정부와 공무원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소외계층을 위하고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지켜 줄 것이라 믿는다. 공무원노조는 완전한 노동3권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둔다.
-행자부 장관 면담 과정에서 희생자전원 원상회복 조치를 요구 한 것으로 안다.
▲사법처리 된 조합원은 현행 공무원법상 자동으로 신분이 상실되므로 사면 복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을 통해 희생자 전원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징계를 받은 조합원은 소청 등 절차 진행중인 사항에 대해 불문으로 처리해야 하며 처분된 조합원에 대해서는 징계기록 말소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직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정부측이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므로 노조에서도 진지하게 대화에 임할 것이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앙부처와 광역 시·도 공무원직장협의회를 주축으로 하는 제3의 공무원노조가 이르면 다음달 초 출범할 예정이다.
공무원 노조간의 세 불리기가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중앙부처 직협과 일부 광역시도 직협 관계자들이 모여 제3의 노조를 운운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참석한 대다수의 직협 회장들이 이를 반대하는 등 노조결성을 위한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노조간부들의 전망이다.
이는 공무원들 사이에 노조 합법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무임승차하려는 부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며 예상된 일이다.
이러한 행동들이 지양되길 바란다. 공무원노조는 자주적인 투쟁을 통해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므로 정통성을 유지하고 견지하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따라서 대공노련을 포함한 어떠한 제3의 단체와도 조직대 조직의 통합은 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공무원노조의 문호는 항상 개방돼 있으므로 공무원 노조의 규약과 강령에 찬성하는 단체나 공무원은 자율적으로 가입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초유의 공무원 파업이 단행되면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연가 파업의 당위성을 말해달라.
▲이제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지 6년째 접어들고 있지 않은가.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직도 노동권에 대해서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통성 없는 정권이 계속되면서 노동권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또 정권유지를 위해 노동운동을 적대시 해 온 결과다.
노동자로서 사용자 측에 맞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는 수단인 파업권 밖에 없지 않은가.
공무원도 노동자로서 파업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며 공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무조건 파업권을 행사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업무의 성격을 보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분야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일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 경우 파업을 행사하는데 여러 가지 제한적 조치가 보완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합법화 이후 공무원 노조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선진국 공무원노조의 활동사례를 다양하게 연구하면서 민주노동운동의 정통성과 맥락을 이을 수 있도록 노동운동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민주노조운동의 일원이 돼야 한다. 아울러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추방을 위해 주체적 역할을 하는 공무원노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조합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서정익 기자 ik11@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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