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기업화 이대로 안된다
김 인 식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노조 지부장
시민일보
| 2003-04-23 17:40:33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때쯤 입사원서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적이 있다. 친구들은 회사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악질 사업주가 경영하는 회사의 경우는 형식은 공채이지만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들러리를 세운다는 것이었다. 잘못하면 마음의 상처와 원서비만 날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러한 악질 사업주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직원 채용이 모든 규정을 무시한채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했는가 하면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공채를 포장한 특채로 수많은 시민들을 자신의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들러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에 백찬기 이사장을 비롯, 이순영(이대엽 시장 선거운동원), 강예현(이대엽 시장 선거운동원), 구자진(백찬기 이사장의 측근), 박봉교(이대엽 시장 선거운동원), 이길우(이대엽 시장의 친조카)씨 등이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채용한 후 기존의 간부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백찬기 이사장의 취임 이후 공단 직원들을 흥분하게 하는 살생부 등 갖가지 소문들이 나돌았다. 그 중 인사와 관련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이대엽 시장이 자신들의 측근들을 공단에 전진 배치한 뒤 기존의 팀장들과 직원들을 속아낸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런 소문들이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이 시장은 자신의 측근들을 채용한 뒤 직원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기존의 팀장들을 인사위원에서 모두 속아내고 자신의 사람들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백찬기 이사장은 이대엽 시장의 측근으로 구성된 인사위원들을 동원, 노조에 호의적이었던 신년수 교통관리팀장을 징계하고 노조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직위 해제했다.
직위해제 된 뒤 바로 해고를 위한 순서 밟기에 들어가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다음은 어떤 팀장, 어떤 직원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공단직원들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백찬기 이사장의 악질적 기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및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포괄임금제라는 편법을 적용해 연장수당을 미지급하는가하면 포괄임금제 임금산정도 자신들 마음대로 책정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는 등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관리공단 노조는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서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칼질된 신년수 팀장의 복직 및 백찬기 이사장의 퇴진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대엽 성남시장이 직원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경영 마인드 및 전문성도 전혀없는 이사장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이 시장에 대해서도 퇴진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또 부당 채용이 명백해진 구자진씨 건에 대해서는 채용을 취소하고, 이 시장의 선거운동원들과 경쟁했던 사람들의 입사서류를 공개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음에도 불구, 백찬기 이사장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노조는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이 선거의 전리품이나 사기업화 돼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단으로 거듭 나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