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용기라도…
이영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4-05-06 20:28:56
{ILINK:1}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그동안 자신이 동원산업 측에서 노무현 후보 캠프에 50억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양심에 비춰 더이상 이 문제를 갖고 시간을 끄는 것은 사나이로서 떳떳하지 못한 처사라 판단, 당사자들과 국민 앞에 깨끗하게 사과한다”며 “대선 불법선거자금 의혹 규명 과정에서 우리 당이 마련한 문건을 인용해 50억원 제공설을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동원산업의 신인도와 김재철 회장의 명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6일 냈다.
김 의원은 또 “라디오 방송을 통해 `K은행 1조원 기금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 김모 국장을 언급한 것도 부적절한 인용이었다”고 했다.
동원 50억 제공을 주장하던 지난 1월 당시에도 그는 역시 성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성명서에서 그는 “진실은 역사적으로 밝혀지고 또한 밝혀져야 한다는 원칙 속에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입장에서 정치생활을 해왔다”며 자신의 폭로가 “과거 군사독재시절 서로의 정보공유가 전혀 없었던 여·야의 수박 겉핥기식의 폭로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우”임을 전제하는 한편 같은 집단에 속해 있었던 자신의 내부고발적 문제제기를 대립정당간의 정치공세로 왜곡하지 말고 자숙하라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관련자에 대해 사과를 구하고 나선 김 의원의 용기(?)를 일단은 평가해줘야 할 것 같다. 정치보복 운운하며 지지자들 치마폭 뒤로 숨어 검찰소환에 불응하면서 스스로를 더 죽이고 있는 이인제 의원의 미숙한 상황인식 상태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확신에 가득 차 살기등등 하게 대통령 훼손의 선봉장으로 나섰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살가운 눈길을 줄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한 때 정치노선을 함께 하며 당선을 위해 열정을 쏟았던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마치 대통령 죽이기에 운명을 건 사람처럼 근거없는 폭로 전에 올인하는 비이성적 행위를 일삼았던 사람 아닌가.
김 의원은 정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스스로 모리배로 전락하는 쪽을 택한 것은 물론 거짓과 협잡까지 동원한 사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까.
어쩔 수 없는 립서비스 차원의 사과 발언인가.
숭엄해야 할 국민의 대의기구가 특정 정당의 욕구충족이라는 단순용도로 쓰이고 있는 현실, 마땅히 바로 잡아져야 할 잘못이다.
김 의원이 이번 사과를 계기로 거듭난 인생의 주춧돌 삼아 새로운 정치인생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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