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포 해결사 vs 뺀질이 빚쟁이 가방 들고 튀어라

얼떨결에 주운 가방때문에 스파이와 정보요원에 쫓겨

시민일보

| 2004-07-01 19:37:20

영화는 ‘막가파’ 해결사와 ‘미꾸라지’ 채무자로 만난 두 사람이 우연히 최첨단 반도체를 빼돌리려는 국제 스파이조직의 범죄를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낮에는 백수, 밤에는 고급 룸살롱에서 대리운전을 하면서 사는 훈.

그는 온갖 빚 독촉에 시달리지만 갚을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철면피 같은 인간.

그러던 어느날 훈의 코앞에 만만찮은 적수가 나타난다. 불량 채무자 사이에서 ‘저승사자’라 불리는 중태는 훈을 보자마자 사정없이 개패듯이 패며 14시간 안에 빚을 갚지 않으면 장기이식 수술용으로 콩팥을 떼가겠다고 협박한다.

급기야 중태는 훈의 일터까지 쫓아가 만취한 외국인의 대리운전에 동행하게 된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차가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되고 외국인이 바뀐 차 안에 있는 가방을 찾아오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외국인을 겨우 진정시킨 두 사람은 실랑이 끝에 중태가 볼모로 남고 훈이 가방을 찾으러 가는 데 합의한다.

한편 중태는 훈이 가방을 찾아올 때까지 외국인의 아파트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바로 눈앞에서 정체불명의 킬러에 의해 외국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주인을 잃은 가방은 자연스레 두 사람 손에 들어오게 된다.

얼떨결에 주운 가방의 정체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최첨단 반도체.


이제 두 사람은 반도체를 가로채려는 국제 스파이조직과 이를 되찾으려는 국가안전정보국 모두에게 추적당하는 신세가 되고 어쩔 수 없이 한 편이 된다.

영화는 한치도 양보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주인공이 도망다니면서 깨지고, 얻어터지고, 넘어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영화는 두 주인공의 순발력 넘치는 애드리브 연기에 너무 기댄 탓인지 관객의 허를 찌르지 못하고 뻔한 구조에 뻔한 상황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고 만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코미디 영화만큼 관객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작품도 없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주는 듯하다.

드라마와 CF를 오가며 활동하는 한은정이 두 주인공의 작전을 돕는 금고털이범 지선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며, 개그맨 이혁재가 카드대금 수금원 알지카드 맨으로 영화에 데뷔해 감초 연기를 선보인다.

또 조연 전문으로 자리잡은 손현주와 박인환이 국가안전정보국 요원으로 나오며, 정흥채가 국제 스파이조직 두목 올백으로 출연한다.

‘결혼 이야기’와 ‘그 여자 그 남자’ 등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리다 ‘구미호’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진짜 사나이’, ‘주노명 베이커리’ 등을 연출했던 박헌수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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