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앞둔 세 위안부 과거의 상처에 ‘신음’

연극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대학로 정보소극장서 오늘 공연

시민일보

| 2004-07-28 19:14:49

“강제로 끌려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세 여인-순이, 금주, 봉기는 1945년 8월 20일경, 중국에 있는 옛 위안소 자리에서 조선행 트럭을 기다린다. 해방을 맞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향으로 선뜻 돌아갈 수가 없다. 순이는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지우고자 빨았던 옷을 계속 빤다. 금주는 생전 가본 적도 없는 군수공장에서 일했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위장한다. 봉기는 중국군을 상대해 주고 계속 돈을 모은다.
날이 밝고 트럭이 도착한다. 그러나 순이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 때문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봉기는 모아둔 돈을 고향친구 금주에게 쥐어 준다. 금주는 순이와 봉기를 뒤로하고 어렵게 고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극단 ‘한강’과 ‘나무와 물’이 해방 59주년을 기념, 29일부터 오는 10월 3일까지 대학로 정보 소극장에서 펼치는 연극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포스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거의 최초의 한국 연극이다.

이 연극은 일본군 위안부의 실태를 나열해 그를 고발하는 목적극이나 사례극 형태의 일종의 극적 선언문이 아니라, 해방이 되고 귀향을 앞둔 세 위안부들이 과거의 상처에 얽매어 신음하면서 서로 다른 선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치밀한 심리 묘사로 담아내며,‘군 위안부 문제’라는 거대한 조직적 폭력 아래 희생당한 개인의 인권 문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더욱 보편적인 공감대와 감동을 이끌어 내었다는 측면에서이다.

또한 간결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갈등 구조와 쉽고도 정제된 표현으로 ‘나눔의 집’ 정신대 할머니들조차 쉽게 이해하고 함께 눈물 흘렸던 화제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수많은 사례를 직접 발로 뛰면서 채집하고 녹여 내였기 때문에 그 사실의 무게에 있어서도, 역사의식에 있어서도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따라서 교육용으로도 탁월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에 떨어진 세 인간이 다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서 어떤 고통과 슬픔을 겪게 되는지,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 줄 이 작품은, 공놀이로 대리만족을 꿈꾸는 축구 한일전보다도 먼저 전 국민이 반드시 함께 공유해야 할 작품이며, 155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해원의 장이며, 극일을 위한 바른 민족 역사 교육의 토대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2-745-2124, 02-766-2124

/강현숙 기자 db625@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