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기다림’ 정부가 마침표를

고 흥 길(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11-28 17:22: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얘기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얘기 또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다.

서로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헤어져야만 했고,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모든 이들을 최루(催淚)하기에 족하다.
‘45년의 기다림’, ‘43년째 수취인 불명’.

레나테 홍(69) 여사의 이야기다.

구 동독에 유학 왔던 북한 대학생 홍옥근씨를 사랑해 결혼했고, 북한당국의 소환으로 생이별을 했다. 그해가 1961년이다. 이별한지 2년간은 그래도 편지왕래라도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끊긴 채 43년간을 사랑하는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신라 눌지왕(訥祗王) 때 박제상(朴堤上)의 아내에 대한 전설이 있다. 박제상이 일본에 볼모로 있는 왕자를 구출하고 자신은 체포돼 죽음을 당해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는 높은 바위 위에서 멀리 왜국을 바라보며 통곡하다가 그대로 돌부처가 됐고 뒷날 사람들이 그 바위를 망부석이라 불렀다고 한다.

45년간 두 아들을 키우며 남편을 기다려온 레나테 홍 여사의 이야기는 망부석(望夫石)에 버금간다. 시대의 비극이다. 시대의 비극은 남녀간의 사랑과 가족을 무려 반세기동안 갈라놓은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가 나서 적극적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 북한과 독일 정부 사이의 문제인 데다 61년 남편 홍옥근(72)씨가 북한으로 소환되면서 소식이 끊겨 생사 및 주소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이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에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사무실을 통해 북측의 의사를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적십자사간에 다루기에는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에 무력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대한적십자사에 실망하는 이야기이다. 생사조차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나 대한적십자사를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정부는 즉각 북한에 홍씨의 생사확인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사망했다면 레나테 홍 여사와 그의 자식들이 망자의 무덤에 참배하고 그를 기리고 애도할 수 있게 주선해야 한다.

생존해 있다면 더 이상 ‘수취인 불명’이 아니라 서신교환이 이루어져야하며 화상상봉을 비롯한 대면상봉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계가 이 슬픈 비극의 두 주인공이 만나기를 기다린다.

레나테 홍 여사의 사연에 눈시울이 붉어진 모든 사람들은 우리 정부가 이 일을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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