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반칙`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시민일보
| 2007-02-15 19:14:40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 신년 초부터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제3세계의 독재자도 아니고 선진국 클럽의 회원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것도 국민들은 19세기에 사는데 나홀로 21세기에 산다는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
취임 후 4년 내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고 선거개입 의혹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대통령이었지만 그래도 말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해왔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열린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기자회견으로 탄핵의 위기까지 자초했던 시점에도 말로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강변했던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이제는 아예 특정 정파를 편들겠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재는 한번 밖에 못하는 대통령을 두 번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자는 개헌논의의 진정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 탈당하더라도 표결에서는 대통령과 협조할 것이라는 둥 빚 때문에 위장이혼하는 부부처럼 갈라서면서도 곧 다시 합치자고 애정표현이 각별한 그들이 지지율 한자리 수에도 불구하고 100년 집권을 자신있게 공언했던 이유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80만 공무원 조직의 인사권을 휘두르는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표명이 대통령 한 개인의 입장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치적이라 자랑하는 선거혁명은 다소 억울하고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도 공명선거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국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한 결과이다.
“누구 잘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로 형을 받은 모 의원 부인, 여론조사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빼고 나머지 후보들만 넣었다고 선거법 위반이 된 모 의원 등 모두가 조금씩 억울하지만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공정 선거라는 대의를 위해 승복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가혹하게 선거개입을 제한하면서 제왕적 권한을 가진 자신은 그 권한을 한껏 휘두르며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겠다면 어떤 국민이 승복할 수 있을까?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과 같은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탄핵사유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헌재의 탄핵판결문 정도는 최소한 존종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대통령 자리를 사수해 준 은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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