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의 전제조건인 질서
정수식(부천시 원미구 시민봉사과장)
시민일보
| 2007-04-04 19:57:01
2003년 일본 파견근무시에 겪은 일이다. 일본의 동경시내에 우에노공원이라는 대규모의 공원이 있는데 그 한쪽 편에 고목들의 사이사이로 노숙자(일본에서는 야숙자, 영어로 Homeless라 칭한다)촌이 천막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펼쳐져 있다.
이것이 부자의 나라 일본의 숨겨진 실상인가하는 의아함으로 나는 노숙자촌을 샅샅히 살펴 보았다. 그들의 천막 속에는 냄비와 밥그릇, 때가 찌든 옷가지 몇 벌과 수건이 전부였다.
그 외에 모든 천막에 빠짐없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것은 빗자루였다. 나는 그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국민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으로서의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인생을 살아가려는 마지막 의지마저 포기한 사람들, 인간으로 태어나 짐승보다도 못하게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연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에 미련이 남아있기에 빗자루를 소중히 간직하며 천막주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머리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노숙자 생활로 인생을 마감하더라도 국가를 원망하지 않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깨끗한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마지막 소망이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은 쉽게 망할 나라가 아니구나, 쉽게 질서가 흩뜨러질 사회가 아니구나라는 느낌은 아직까지 나의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문화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고차원의 추구하는 가치이자 삶의 내외부적 영위양식이다. 그에 비하여 질서라는 것은 문화사회로 가기위한 전제조건이자 사회유지의 가장 기초적인 존속요건이다.
부천시는 이러한 도로상의 기초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심혈을 기울여 고군분투 노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아무런 성과가 없는데 부천시 공무원들은 무엇하고 있느냐고 혹독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나는 이 분야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있기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먼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후 부진한 원인에 대해 심층 파악해 볼 것과 건전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정중히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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