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싸이버대학교 초대학장(총장)에 오르다 (3)
김정기(중국북경대학 연구교수)
시민일보
| 2007-04-18 17:22:03
내가 법학 교수로 참여했던 한국싸이버대학교는 연세대학교가 주관교로, 디지털 조선일보사가 주관사로, 전국 38개 대학교가 컨소시엄을 이루어 설립한 4년제 정규 대학이다. 학장 선출은 재단 이사회에서 투표로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한국싸이버대학교를 설립한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재단은 연세대학교 김우식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고, 재단 이사는 전국 10개 대학 총장을 비롯하여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인보길 디지털 조선일보 사장,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공회의소 소장 등이 맡고 있었다. 학장 선출은 바로 이 이사회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한국싸이버대학교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이어서 이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인터넷 선진국인 미국에서 공부한 나의 국제적인 감각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젊고 참신한 이미지도 표를 얻는 데 한몫 했던 것 같다. 경륜보다는 패기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은 젊은 사람다운 추진력으로 학교를 운영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2000년 10월 학장으로 선출된 후 11월 30일 교육부에서 정규 4년제 대학으로 인가를 받았으니, 학장 내정자 신분으로 학교 설립 과정을 한 달 이상 지켜본 셈이다. 한국싸이버대학교 학장으로 당선된 뒤 보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제도권 교육이나 행정 경험이 전무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정이었고, 또다시 색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 있는 고마운 기회가 되었다. 덕분에 나는 교육행정가와 경영자로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첫 학기에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첨단에 서 있는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그러므로 준비와 계획에 철저함을 다했다 해도 그 과정에 어떤 위험과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수가 만나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장은 인터넷을 통하는 간접적 방식이므로 아주 작은 기술적인 에러조차 용납될 수 없었다. 따라서 계속 시스템과 교육 방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2학기에는 기존 4년제 대학의 등록률을 웃도는 높은 등록률을 보였다. 이로써 한국싸이버대학교의 첫 출발은 성공적이었음이 입증된 셈이었다.
나는 한국싸이버대학교에 큰 기대와 애착을 가졌다. 수직적인 교육체제의 폐해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 학교가 우리 사회의 수직적 교육체제를 수평적 교육 체제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싸이버대학교는 경제적, 신체적, 시간적 제약으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무 제약 없이 사회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고등교육을 제공하고자 했다.
나아가 중단 없는 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계발하려는 이들에게는 평생교육의 장이기도 하였다.
이전의 산업 시대에서 정보통신혁명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이때, 이제는 교육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을 일방적인 잣대에 맞춰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지는 길이 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인터넷 교육은 큰 역할을 하였다. 고도로 정보화된 사회일수록 개인들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은 더 많아지고, 이에 비례하여 인터넷을 통한 고등교육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와 지식 혁명의 시대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때에 제대로 가르쳐 배출하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고등 교육의 기회를 열어놓음으로써 수평적 교육기관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키웠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바로 교육자로서 나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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