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을 화약고에서 평화·통일 해역으로
평화통일연구소장 강정구
시민일보
| 2007-08-20 11:33:35
지난 5월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5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양측은 서해 군사충돌방지, 공동어로 실현 방책을 모색해 서해상에 평화를 정착키로 했다.
7월에 열린 6차 회담에서 북은 기존보다 양보한 해상군사분계선 방안을 제시했으나 남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협상 자체를 배제해 회담은 몇 시간 만에 결렬됐다.
2·13합의에 따라 추진될 평화조약이나 남북철도연결, 서해교전이나 충돌 방지책 등에서 이 NLL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인데, 이 결과는 평화통일 전도에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격다짐이 아닌 합리적이고 평화통일지향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NLL의 출생배경과 문제점 등을 사실적으로 확인해 NLL을 무조건적으로 영해선과 군사분계선으로 규정하는 맹목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NLL 출생은 북방한계선이란 어원을 보면 명확해진다.
‘북방’은 북쪽 방향을, ‘한계선’은 더 나아가서는 안 될 마지막 경계선을 의미한다.
곧 남측 배가 북쪽방향으로 넘지 말아야 하는 마지막 선을 의미한 것이지, 북한배가 넘어와서는 안 될 마지막 경계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취지로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53년 8월 유엔군사령관이 남의 대북도발을 막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전협정이나 국제법적 근거도 없을 뿐 더러 북측과 합의도 없이 온전히 자의적으로 그은 선을 마치 군사분계선이나 영해선으로 억지 규정해 북측 배의 월선을 마치 영해 침범으로 몰아 무력저지를 하는데 있다.
이 때문에 서해교전이 발생했고, 장성급회담이 중단되고, 54년 만에 맞은 평화조약마저도 암초에 걸릴 것 같다.
남은 기본합의서나 ‘실효적 지배’를 근거로 합리화 하려지만, 북은 한 번도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래서 북은 57년부터 해마다 연례행사로 한계선을 넘어 와 남의 ‘실효적 지배’라는 주장에 대응해 왔다.
또 다른 문제는 이 NLL이 정전협정을 위배하고 있는 점이다.
왜냐면 NLL은 북의 해주 항구를 봉쇄하고 있어, 해상·공중 봉쇄를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 2조 15항 및 16항을 위배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96년 7월 제180회 국회국방위에서 이양호 국방장관은 “북방한계선은 어선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 놓은 것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야당 의원의 질책에도 다시 “넘어와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또 99년 서해교전 당시 미국도 분쟁해역 또는 공해라고 논평해 남한 영해를 실질적으로 부인했다.
또 이 당시 남한 군 당국도 처음에는 북한 배의 침범이 아니라 월선으로 발표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NLL이 선포된 50-60년대와는 달리 70년대는 유엔해양법이 12해리 영해 규정을 채택하면서부터다.
이 개정 해양법 상으로는 NLL과 서해 5도 전체가 북 영해 안에 속하게 된다. 이로써 북방한계선이나 서해5도 주변해역은 50-60년대는 공해였지만 70년대는 북의 영해로 분류될 수 있게 됐다.
이에 기초해 북은 99년 ‘해상 군사분계선’과 2000년 ‘서해5도 통항질서’를 선언했다.
이들 유엔해양법, 정전협정, 서베를린 관례라는 준거 틀에 의하면 북의 행위는 정당하다.
원칙적으로는 이들을 바탕으로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그러나 일을 풀기 위해서는 기존 연고주의를 뛰어넘는 북의 양보와 남의 협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격다짐의 NLL을 없애야 한다. 다음은 서해5도에 접근하는 주변해역은 남이 통행할 수 있고 북측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최소 수준의 남측 관할 `해상분계선`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현 북방한계선과 서해5도의 남쪽 `해상분계선` 사이 해역을 평화통일해역과 공동어로의 장으로 삼는 것이다.
실제 북은 지난 06년 4차 회담에서 99년의 해상군사분계선보다 훨씬 양보한 안을 제시했고 이번 6차에서도 더 앙보한 안을 제시했다 한다.
2·13합의로 평화체제 국면에 접어든 역사 갈림길에서 남과 북은 기존 연고주의를 탈피해 민족전체의 통일마당을 축성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6.15이행이고 2·13합의에 따른 한반도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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