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행사는 서열 시빗거리”
윤 용 선 (포천 주재)
시민일보
| 2007-09-17 20:31:47
우리처럼 서열 따지기를 좋아하는 나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형 만 한 아우 없다.”
“냉수도 위아래가 있다.”
예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장유유서(長幼有序)나 삼강오륜(三綱五倫)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요즘도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항시 서열이 문제다.
대한민국 남자들 나이나 경력, 한두 번 속이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는가.
역시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속내가 아닐까.
서열은 정해지기 전까지는 서먹해 서로 눈치만 살피게 되지만 일단 정해지고 나면 무슨 새로운 법률이 제정된 것인 양, 구성원 간 무언의 약속이 생성돼 그 효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서열을 따지는 기준점은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으뜸으로 치지만 재력이나 학력, 경력, 직업, 직책, 자동차종별 등도 영향을 미친다.
또 학번, 군번, 기수 등도 거론되고 있어, 대부분 이런 것들에 의해 아래위가 정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통틀어 대통령을 최상위에 놓고, 서열순은 짠다면 과연 어떨까.
한번 쯤 정확하게 짚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왜냐하면 요즘 들어 사회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사에서 서열의 우선순위가 시빗거리가 되기 때문인데, 선진국으로 접어드는 과도기 필수코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통정리가 좀 필요한 것 같다.
서열 시빗거리는,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참석자들 까지도 불쾌해 질수 있는 사안으로 교과서에 정확하게 가려 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기준점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날 본 행사 전(前) 내빈이 소개됐지만 역시 서열로 문제가 됐다.
시장, 의장, 정치특보, 다음으로 지역 국회의원이 소개됐기 때문이라는데, 뒷말이 무성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등 “국회의원이 가장 상위서열인데 일부러 뒤바꾼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양주 별산대놀이 행사장에서는 지역의원 소개가 빠지자 해당의원은 큰 소리로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성남에서도 상공회의소 회장이 시민체육대회 오픈행사에서 자신의 소개가 누락되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명박 출마자의 대운하토론회에서는 소개해야할 국회의원과 당 협위원장들이 무려 100여명에 이르자 호명만 하는 것으로 내빈소개를 마친 적이 있다.
물론 박수도 모두 거명한 후 한꺼번에 쳤다.
내년 4월9일은 제18대 총선이다.
그래서 인지 벌써부터 정당마다 출마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들에게 있어 행사장에서의 서열 무시나 불(不)거명은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행사든 먼저 대회장이 소개되고 그 다음 서열 순으로 내빈을 소개하는 것을 관행으로 알고 있지만 요즘은 정치성향이 바뀐 탓인지, 아니면 주민 성향이 바뀐 것인지 과거의 수순이 무시되기 일쑤다.
어떻든 서열도 중요하지만 시빗거리를 없애려면 메인행사 전 벌이는 오픈행사를 줄여야한다.
행사 전 참석한 내빈을 일일이 소개하고 각각의 축사를 듣노라면 또 다시 서열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결국 서열시비의 주범은 지루한 오픈행사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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