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양심과 진실에 대한 그리움
이 기 명(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12-13 18:41:59
요즘 BBK관련 기사를 빼면 기사가 없을 정도지. 대통령 선거는 코 앞에 왔는데 대한민국에는 BBK만이 존재하네.
검찰이 만신창이가 됐네. 왜 그렇게 됐나. 국민이 믿지를 않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불신하네. 검찰이 발표하는 대로 믿고 입 닥치고 있으라고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가. 안 되네. 국민들은 직접 조사하지 않았더라도 눈을 뜨고 있고 귀로 듣고 있다네.
믿을 수 있어야 믿을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실종된 양심과 진실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치는 것이라네.
박 군. 글을 쓰면서도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네. 동아투위와 조선투위에서 언론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거리로 쫓겨난 언론인들, 해직기자로 직업도 못 얻고 굶주리면서 그래도 양심과 진실을 말하려던 사람들의 절규가 몹시 고통스럽네.
오늘의 조중동을 보면서, 정론을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려던 기자들과 오늘의 기자들이 도리 없이 비교가 되네. 오늘의 기자들이라고 정론을 마다하며 왜곡된 진실과의 타협이 좋을 리가 없겠지만, 기사로서 말하는 언론이고 보면 많은 국민들의 비판과 질타가 잘못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기자협회가 낸 성명서의 내용을 보니 기가 막히더군. 적어도 기자라면 자신들이 만든 기자협회의 성명서 정도는 읽어 봤으리라고 믿네. 그래서 구구히 설명은 하지 않지만 2000년부터 2001년 사이 BBK관련 보도를 했던 언론은 스스로 언론이 아님을 고백해야 하네.
자신들에게는 양심도 진실도 없다는 고백을 해야 하네. 인간의 양심을 일깨우고 진실을 밝혀낸다는 언론의 사명을 팽개쳐 버린 언론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뭔가.
당시 이명박과 BBK를 보도한 날자와 매체는 다음과 같네. 최고라고 자부하는 언론이지.
중앙일보 2000년 10월14일자와 16일자, 동아일보 같은 해 10월14일자, 중앙 이코노미스트 2000년 10월30일자, 월간중앙 2001년 3월호, MBC 2000년 11월 이명박 회장 인터뷰를 보게나. 기자 이름도 나와 있네.
당시 이 언론들은 이명박과 BBK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도했는데 지금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이명박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적고 있네. 까마귀 고기를 회 쳐먹었나. 면죄부 주자고 작당을 했나.
이명박이 무관하다는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 당시의 자신들이 쓴 기사는 오보였다는 한 마디 고백이라도 해야 된다는 얘기지.
이 따위 거지발싸개 같이 더러운 언론이 대명천지에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러면서도 취재원과 만날 때 ‘나 아무개 기자요’하면서 명함 내미는 뻔뻔한 용기는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때문에 실종된 진실과 양심을 그리워하는 것이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방송에 나와 열심히 자가발전을 하더군. 그들을 보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저들은 누구인가 생각했네.
얼굴 두껍기가 소가죽보다 더 하다는 정치인이라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국민들이 자신들의 말을 어떻게 듣는지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정말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특히 이명박 후보를 보고 그의 말을 들으면서 왜 저 사람이 저기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은 없을까.
검찰의 BBK 관련 발표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믿지를 않고, 도덕성에 대해서 네가티브 운운 하는 이명박의 말은 차라리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보다 더 윗길이라는 세평이 국민을 서글프게 하네.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기며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고 주문을 외워서 이명박이 경제를 황금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국민들이 한다 해도 착각은 잠시 뿐, 그 다음에 닥칠 재앙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무척 두렵네.
박 군. 양심도 진실도 실종된 이 세상이 맞이할 미래가 너무나 두렵네. 나야 살만큼 살았지만 지금 한창 자라는 손주 새끼를 보면서 괜히 눈물이 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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