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윤 용 선 (의정부·포천 주재)

시민일보

| 2007-12-23 18:36:45

1차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이상은 200만원.
주유소에서 자동차 시동을 끄지 않고 켠 상태로 연료를 주입할 시 부과하는 과태료다. 벌금치곤 꽤 과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벌금은 주유소 업주 몫이다. 행위자는 난데, 벌금은 왜 업주가 내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찝찝한 부분이다.

“시동 꺼주세요. 네. 안 끄면 벌금 내요.”
“추워서 안돼요. 히터 꺼져요.”
“그래도 꺼주세요. 벌금 내요.”
“이봐. 터보차량하고 경유차는 제외인 걸 모르나.”
“모르겠는데요. 시동 꺼주세요.” “제길~ 귀찮게 하네. 앞으로 여기서 기름 넣나보자.”

서비스 업종인 주유소에서 손님을 향해 어떤 명령적인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은 아닌지. 무조건적으로 일방에게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닌지.

‘위험물 안전관리법’에 허점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행한지 4년여가 지난 지금도 절반가량의 운전자들은 무심코 시동을 켠 채로 주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을 3년 정도 하면 보통은 전문가 수준에 입문하지 않을까.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거나 마이너스 실적을 보인다면 전반적인 수정 혹은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지금까지 소방방재청 산하 시군단위 소방서에서 실시한 단속실적은 너무도 미미하다.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인지 얼마 전 경기도 제2소방 본부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오명을 벗고자 비장한 각오 속에서 단속을 펼쳤다.

총 840개 주유소 중 5곳이 적발됐다는데, 대단한 실적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법 시행 이후 가장 큰 실적이다 보니 안 그렇겠는가.

과거 서비스업종인 음식점이나 주류 판매점에서는 손님들의 담배심부름을 한 적이 있었다.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사다주는 게 일반화 됐었고 그래서인지 업주들은 본업을 제치고 담배 가게 수준은 아니더라도 아예 담배를 종류별로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담배심부름 행위가 법으로 금지돼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도 사용이 금지돼 ‘식파라치’가 대거 등장했으며 차량핸드폰 사용금지와 안전띠 미착용금지, 공공장소흡연금지 등등 법으로 금지시켜 결국 정착화 시킨 사례가 너무도 많다.

이제 ‘주유 시 엔진 정지’라는 규정도 업주처벌이라는 소극적인 법안에서 탈피해 운전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또 경유차나 터보차량은 제외라는 법안도 바꿔야 한다. 속된 말로 “파리똥은 똥이 아닌가.” “터보차나 경유차는 불 안 붙나.”

더욱이 인천 광주 경남 제주 등 4개 시도는 단속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모니터링 결과 주유 중 엔진 정지 참여율이 90%가 넘어 단속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했다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바퀴달린 자동차가 어디든 못 굴러가겠는가.

제외된 지역에서는 정전기나 스파크도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운전하면서 핸드폰해도 되는 지역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에서 법 안 지키는 운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절대 안 지킨다.”는 말은 우리나라에선 아주 흔한 기본적인 속담으로 알고 있는데, 소방방재청에서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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