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굳은살로 뽑아야”

윤 용 선 (의정부·포천 주재)

시민일보

| 2007-12-30 18:10:30

20대에 취직하면 가문의 영광.

30대에 취직하면 소 잡는 날.

40-50대에 아직도 회사 다니고 있으면 국가적 경사, 60대 재직 중이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

요즘 저자거리에 나돌고 있는 유행어다.

얼마나 취직이 어려우면 이런 말이 나돌겠나. 사법고시는 말할 것도 없고, 철갑통 공무원이 평균 100:1, 10급 기능직 60:1, 시청 미화원도 보통이 30:1이다.

그런데 시청미화원의 시험이 3차까지 본다는 거 아는 이 별로 없을 꺼다.

1차 서류전형, 2차 체력검정, 3차 면접으로 거의 사법고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미화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체력 테스트의 경우 100m 달리기 14초 주파를 비롯해 30kg 마대 들고 빠르게 뛰기, 팔펴서 마대 들고 오랫동안 서 있기,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 등 보통정도의 체력으론 합격이 어렵다.

얼마 전 포천시에서는 4명 뽑는 환경미화원 모집에 146명이 몰려 3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146명의 지원자 전원이 모두 고졸이상이었으며 15%인 22명은 대졸 이상 학력이었다.

또 8명을 뽑는 상주시는 4년제 대학졸업자 39명을 포함해 171명이 지원해 21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안동시의 경우도 34대 1, 제주 서귀포시는 초·대졸 이상자가 전체의 11.5%라고 한다.

취업난의 극심함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사실 환경미화원을 앞길이 구만리 같은 대학 나온 젊은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환경미화원하려고 비싼 등록금 내며 전문직 대학공부를 했단 말인가.

일단 여름이고 겨울이고 매일 새벽녘에 일어나 무거운 쓰레기와 냄새나는 음식물을 나르고 옮기는 그런 일은 당장은 의욕에 넘쳐 무엇이듯 할 요량으로 덤벼들지는 모르겠지만 인내력을 요구하는 고된 일로 숙고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젊은 인재들이 쓰레기 청소일 까지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면 정작 일을 맡아야 할 기성세대들이나 평생 노동이 몸에 밴 적임자들은 대체 무엇을 하란 말인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탄광촌이 호황을 이루던 시절 광부선별을 오로지 손바닥 굳은살의 정도로만 뽑았다고 한다.

겉만보고 선별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가장 짧은 시간에 최적의 적임자를 뽑는 건 아닌지.

광부들의 잦은 이직률 때문에 생각해 낸 것이라는데 3차까지의 어려운 관문을 거치는 청소부들한테도 적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 Good Will Hunting이 생각난다. ‘윌 헌팅’이라는 젊은이의 직업은 MIT 공대 교실 바닥 청소부였는데, 청소도중 수학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교수가 자신을 ‘수학박사’라고 소개하자 윌 헌팅은 ‘나는 청소박사’라고 말한다.

기왕지사 미화원이 됐다면 박사소리 들을 정도로 해야 하지 않을까. 중간에 다른 직종 찾아 가거나, 적당히 있다가 더 좋은 직장 생기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진정 자기의 전공을 찾아 평생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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