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공원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 원 희(부천시 공보실)
시민일보
| 2008-01-10 18:37:08
몇년 전에 TV에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장소는 몽고, 양떼를 몰고 다니는 유목민들의 이야기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이 양떼가 먹는 풀을 찾아서 장소를 이동하는데 늙은 할아버지가 움직이지를 못하자 한 달 치 양식을 놓고 부자만 떠나기로 결정한다.
부자가 할아버지에게 절을 하는데, 아버지는 담담한데 아들은 할아버지가 안쓰러워 흐느낀다. 이때 할아버지는 담담히 얘기한다. 자기 자신도 아버지가 아플 때 한 달 치 양식을 놓고, 풀을 찾아 떠났다고….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는 모습에서 장엄미마저 느껴졌다.
사실 탄생과 죽음은 일상적인 일이다. 또한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리다가 죽어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우리가 사는 국토의 많은 부분이 묘지로 변해가 더 이상 매장풍습을 지켜나가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화장(火葬) 캠페인 등으로 화장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991년 17.8%에 불과하던 것이 10년 뒤인 2001년엔 무려 38.3%로 높아졌고 2005년엔 52.6%로 화장이 매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2010년엔 70%가 넘을 전망이다. 이렇듯 장묘문화의 변화로 이제 추모공원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성남시는 지난해 말부터 외지인에게 20배가 많은 100만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고 인근 인천시는 타 지역 주민에 대해서는 오전 예약은 불가하고 오후 예약만 받겠다고 하는 외지인 차등예약제를 오는 11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혀 화장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지자체의 화장장 건립을 압박하고 있다.
얼마 전 정진석 추기경이 탄 차량이 납골당을 추진 중인 성당 앞에서 달걀세례를 받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추모공원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곳 신세를 져야할‘미래의 고객’이다.
추모공원 조성사업은 장례문제로 고통 받는 서민의 어려운 현실을 덜어주고, 시민의 복지를 위한 사업이다.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마치 내가 먹지 않을 것처럼 침을 뱉지만 그 침은 바로 자신이 먹는 식수원이 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너무도 분명한 것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땅은 한계가 있고 추모공원은 날이 갈수록 더욱 필요한 공공시설이다. ‘추모공원’은 말 그대로 후손들이 먼저 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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