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의 긴박한 로스쿨
신 봉 기(경북大 법대 교수)
시민일보
| 2008-03-06 19:05:09
현재 각 대학들은 로스쿨 예비인가 갈등의 소동에서 제대로 벗어난 것 같지가 않다.
예비인가 받은 대학들은 예비인가 대학대로 본인가와 2009년 정상출범을 위하여 입시준비 등에 정신이 없고, 탈락대학은 탈락대학대로 추가인가와 불복 뿐 아니라 다양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법대학장들이 미팅을 했다는 보도다. 안건은 설치인가 수정신청안 제출건, 로스쿨 협의회 설립건, 입학전형건 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 나온 일정을 보니 교육부의 ‘수정신청서 작성지침’ 통보가 3월14일, 수정신청서 접수기한이 4월13일, 법학교육위원회 심사가 5~6월, 현지조사가 7~8월에 있고, 최종 본인가를 9월에 하겠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일정이 대단히 긴박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정성평가 영역인 교육목표 등의 경우에는 이미 평가가 이루어져 종결된 부분이지만, 계획 및 실적평가 영역은 당초 70% 이상 충족을 신청서 제출요건으로 하고 있었기에, 본인가 심사에서는 그에 대한 100% 충족 여부에 대한 평가 및 판단이 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70% 이상의 계획/실적 평가항목은 모두 추가로 충족시켜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막상 각 대학에 배정된 입학정원이 당초 계획에 크게 못미침으로 인해 실제로는 큰 소동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예컨대, 40~50명 배정 대학의 경우 신청 당시 이미 100~120명을 목표로 교원을 초빙해 두었기 때문에 오히려 초과교원이 부담스러울 지경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풍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대체로 100명 이상의 일부 대학들 중에서 부족한 수의 소수 교원들을 충원하는 것으로 그치게 된다고 본다. 그래도 그 몇 몇의 교원이 이동하게 되면 연쇄적인 이동이 불가피해진다. 즉 실제 교원의 이동폭은 생각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풍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이미 충족된 교원을 단순히 100% 숫자 채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경쟁력 차원에서 보다 질적인 수준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래 인가신청서 제출단계에서는 인가기준에 적합하도록 교원수, 교과목 적합성, 연구실적량 등을 기준으로 조급하게 충원을 했지만, 이제는 개별 대학의 ‘특성화’를 보다 강화하거나,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경쟁력 있는 교원들을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재정’ 문제 보다 ‘실적’ 즉 ‘대학의 grade’를 높이겠다는 대학의 정책적 의지를 보다 강조하는 대학들에서 이러한 시도가 감지된다. 질적인 향상을 위해 보다 내실을 기하기 위한 충원이 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대학이 탐내는 교원들은 이미 가인가 받은 대학에 재직하거나 또는 대체로 그 사이에 가인가 대학으로 이직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로 교원을 빼가는 경우에는 대학간의 갈등과 교원들의 대대적인 이동현상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새로운 교과과정의 구성 등을 고려할 때, 그 분기점이 수정신청서를 제출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더라도 교과과정이 확정되어야 할 상반기를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태풍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게 맞다면 개강 후 곧바로 엄청난 태풍이 들이닥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발생할 또 한번의 로스쿨 대이동은 단순한 로스쿨을 둘러싼 대학사회의 소용돌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의 서열의 고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사회의 고요함이 폭풍전야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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