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차 방호벽
윤 용 선 (포천주재)
시민일보
| 2008-04-28 16:38:17
지난 40여 년간 포천시 관문 역할을 해왔던 축석령 대전차 방호벽이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쳤다.
그동안의 이미지는 거의 울긋불긋한 광고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시의 이미지를 알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는데 우선 눈에 들어오는 색채부터 달랐다.
종래에는 이런저런 광고문구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리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머리를 짧게 깍은 단정하고 풋풋한 모범학생의 모습으로 변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분을 업 시키고 있었다.
어떤 이는 “무슨 방호벽을 허물어 버린 것도 아니고 고작 색채와 이미지 조금 바꾼 것뿐인데, 호들갑”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리 불만만 늘어놓을게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또 쉽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도 방위라는 접경지역 부대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방호벽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피력한다.
하지만 이미 서울이나 의정부, 구리 등지에서 방호벽을 하나둘 허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언젠가 포천시 대전차 방호벽도 사라질 것이겠지만 있는 동안은 잘 보존하고 또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대전차 방호벽은 북한군이 침공할 경우 전차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데 대부분 지난 71~78년 사이에 축조됐다고 한다.
각기 30~40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볼 수 있는데 경기북부에만 약 57개가 있다.
포천에서 군 생활을 마친 어떤 이는 “입대할 때 축석령 대전차 방어벽은 지옥의 문이었으나 제대할 때 보니 추억의 방어벽”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호벽을 보면, 전쟁의 잔재물이니, 개발독재의 산물이니, 시대에 뒤떨어지는 시설물이니 하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국회의원이나 시장, 시의원 등 정치인들의 공약 중 ‘방어벽 철거’라는 말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포천지역 지난 자치단체장선거에서도 어떤 후보자가 “최전방 군사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외부 유입인구가 적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축석 방호벽 철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허물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려면 상당한 진통이 뒤 따른다는 것은 이미 다른 사례에서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인지 은평구에서는 뉴타운 개발지역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방호벽을 허물지 않고 냉전을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존치키로 했다고 한다.
축석령 대전차 방호벽도 무조건 허물려는 발상보다는 인근 시와 자연스런 경계 역할을 하고 있는 높은 고개마루 특성을 살려 남대문이나 동대문처럼 변형시켜보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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