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영웅들…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올림픽 대표 선수단, 국민들 환영 받으며 해단식 마쳐

시민일보

| 2008-08-26 17:58:05

시원하게 쏟아진 소나기도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올림픽 대표 선수단을 맞는 시민들의 흥분을 식히지는 못했다.

25일 귀국한 2008베이징올림픽 대표선수단을 직접 만나기 위해 서울 세종로에 모인 시민들은 빗줄기에도 아랑
곳 없이 마냥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선수단은 오후 6시30분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해단식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환영행사 장소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일부 선수들은 목에 걸고 있던 축하 화환을 시민들에게 선사했으며 시민들은 서로 화환을 만져보기 위해 몰려들기도 했다.

1, 2시간 전부터 인도 위에서 애타게 선수들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선수들이 등장하자마자 앞다퉈 카메라를 들이대며 환호했다.

올림픽 사상 수영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 선수가 등장하자 한 70대 할머니가 쏜살같이 경호 라인을 뚫고 박 선수의 양손과 팔을 힘껏 잡고 흔들며 “수고했다, 잘했다”는 인사를 연발했다.

박 선수는 약간 당황한 듯 했으나 ‘깜짝 이벤트’가 반가운 듯 얼굴 한가득 특유의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예, 예”라고 화답했다.

경찰을 놀라게 한 주인공인 양순분씨(74·여)는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 통일마라톤대회 10㎞ 종목을 완주한 아마추어 마라토너이다. 양씨는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아주 고통스러운 일인데 우리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태환 선수와 함께 ‘국민 남동생’으로 떠오른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도 이날 인기인으로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을 방불케 하는 여중·여고생 부대가 ‘용대방긋’, ‘윙크작렬’ 등의 종이를 들고 이용대 선수 주변을 졸졸 따라다닌 것.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최종 신체검사를 위해 상경했다는 권용현씨(29·경북 상주)는 “올림픽 기간 동안 응원을 많이 했는데 영상으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살배기 딸을 유모차에 태워 나온 문정숙씨(37)는 “올림픽 성적이 좋으니까 앞으로 하는 일도 잘 풀릴 것 같아 남편과 온가족이 기분이 좋다”며 “초등학생인 두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문씨의 장남 최동환군(13)은 “평소에 신문을 스크랩하며 상식과 국어 공부를 해왔다”며 “야구 역사가 100년인 미국, 50년인 일본을 꺾고 한국이 승리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재미교포인 존 김(29)은 “미국과 한국의 경기에서도 늘 한국을 응원했다”며 “올림픽 기간동안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공연이 마무리된 8시30분까지 무대 뒤편 선수용 출입구 주변에는 이용대, 박태환 등 올림픽 스타들을 기다리는 청소년 100여명이 인도를 점령해 경비업체 직원들이 통행로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한편 이날 거리행진 초반에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손을 흔들거나 웃기보다 앞만 보고 걸어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일부 시민들은 “너무 형식적인 행진인 것 같다”며 허탈해하기도 했다.

/뉴시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